[중기가 미래다]내진-친환경 기술력 앞세워 국내 건축설계업 첫 이란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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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정영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 설계를 통해 한국 문화를 다른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고 싶다”며 ‘K-컬처 전도사’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영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는 “건축 설계를 통해 한국 문화를 다른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고 싶다”며 ‘K-컬처 전도사’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14년 2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로 국제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발신지는 이란. 이란 발주처에서 “테헤란 도심에 호텔, 오피스, 쇼핑센터가 모인 복합 상업시설을 짓고 싶은데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적극적인 수주 의사를 보이자 이란 측은 한국을 직접 방문하고 6개월 뒤 정식으로 92억 원에 설계용역을 의뢰했다. 한국 건축설계 업체 최초로 희림이 이란 시장에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당시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가 한창일 때였지만 건축 용역 분야는 제재 대상이 아니었다.

정영균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55)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 올림픽 경기장을 성공적으로 설계한 것을 눈여겨본 이란 발주처가 영국, 일본 등 유수의 건축사사무소 대신에 우리를 선택했다”며 “이란이 고지진대인 만큼 지진에 강한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란을 방문한 소감에 대해 “제재가 시작된 1979년에 시간이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며 “인구 규모 등을 볼 때 이란 건설 시장은 고성장이 기대돼 공격적으로 현지에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건축설계, 건설사업관리(CM), 감리(CS)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종합건축서비스 회사다. 2000년에는 건축설계업계 최초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정 대표가 대표직에 오른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이란 베트남 아제르바이잔 아랍에미리트 방글라데시 이라크 등 20여 개 국가에 진출했다. 지난해 유럽 건축전문잡지 ‘빌딩디자인(Building Design)’은 희림을 전 세계 건축설계회사 중 17위로 선정했다.

하지만 희림의 해외 진출이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맨땅에 헤딩’부터 했다”며 웃었다. 희림은 2001년 ‘홍콩 하우징’ 국제 현상설계 공모전에서 1위로 당선됐지만 발주처가 약속을 깨 지역 업체에 설계권을 빼앗겼다. 정 대표는 “당시 계약서를 꼼꼼히 따지지 못해 실패했다”며 “그 사건 이후 법무팀을 신설해 해외 진출 체계를 세웠다”고 말했다. 희림의 전체 매출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른다.

최근 희림은 건축계의 화두인 ‘친환경 건축’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정 대표는 “업계 최고 수준인 매출의 3∼4%를 연구개발(R&D)에 쓰고 있다”고 강조하며 “희림이 설계한 경기 성남시 판교 ‘SK케미칼 에코랩’ 건물은 국내 녹색인증 최고점과 미국 친환경 인증(LEED) 최고등급을 동시에 달성하며 기술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희림은 벽체와 창문, 단열재 등 ‘첨단 외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희림의 목표는 2022년까지 ‘아시아 1위, 세계 5위’로 도약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단순히 매출액을 끌어올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건물에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류 하면 ‘케이팝(K-pop)’을 주로 떠올리지만 건물을 통해 ‘K-컬처’를 느끼게 하고 싶다”며 “희림이 중국에 아파트를 설계하면서 온돌 문화를 자연스럽게 전파했던 것처럼 건축에 담긴 한국 문화를 다른 문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친환경#내진#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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