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땐 ‘올드보이가 명관’… CEO평균연령은 ‘환갑’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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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현대경영, 133명 전수 분석

최길선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회장(70)은 회사 창립연도인 1972년 입사해 대표이사 사장까지 지낸 뒤 2009년 퇴사했다. 조선경기 침체로 최악의 위기에 빠진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 최 회장을 ‘구원투수’로 다시 불러들였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잔뼈가 굵은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64)이 최 회장과 함께 현대중공업 각자 대표이사 자리에 앉았다.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검증된 베테랑’을 수장 자리에 다시 앉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구관(舊官)들이 위기 극복을 위한 기초체력 회복에는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 소방수 역할을 하는 베테랑

21일 경영전문지 월간현대경영이 10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 133명을 전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CEO들의 평균연령은 역대 최고인 59.92세. 평균적으로 환갑은 돼야 국내 대기업 수장에 오른다는 얘기다. CEO들의 평균연령은 2002년 58.04세를 기점으로 2006년 57.00세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세계 경기가 급전직하하자 국내 대기업 CEO들의 평균연령도 다시 오르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지난달 이유일 사장(72)의 후임으로 최종식 사장(65)을 선임했다. 쌍용차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지만 2009년 노조 파업으로 인한 후유증이 여전해 참신한 인재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노장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영향을 준 인사였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61)도 지난해 37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낸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연말 인사에서 긴급 투입된 소방수다.

현재 100대 기업 CEO 중 60세 이상은 133명 중 69명(51.9%)으로 절반이 넘는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저성장 국면에서는 참신한 스타 경영자들의 도전보다는 베테랑들의 경영안정화 노하우가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서 70세 이상 CEO들은 신격호 롯데쇼핑 총괄회장(93),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80), 손경식 CJ제일제당 회장(78),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7), 최길선 회장 등 5명이었다.

○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졸업자가 표준


현재 100대 기업 CEO 가운데 서울 출신자 비율은 39.9%(출신지 공개한 123명 중 49명)였다. 지난해 42.0%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압도적 수치다. 이어 경남(10.6%), 경북(8.9%), 부산(8.9%) 순이었다. 서울과 인구가 비슷한 경기 출신은 7명으로 5.7%에 불과했다.

출신 대학은 여전히 ‘SKY’가 대세였다. 서울대가 133명 중 48명(36.1%)으로 가장 많았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각각 21명(15.8%)과 14명(10.5%)이었다. 한양대(11명)도 대기업 CEO를 10명 이상 배출한 4개 대학 중 하나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터프츠대를 나온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58) 등 해외 대학 출신 CEO도 8명(6.0%)이 있었다.

전공계열별로는 이공계열이 68명(51.1%)으로 가장 많았다. 상경계열과 사회계열이 각각 44명(33.1%), 13명(9.8%)이었다. 그러나 전공과목은 역시 경영학이 28명(21.1%)으로 1위였다.

월간현대경영은 이번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올해의 표준 CEO’에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정도현 LG전자 사장(58)과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김동수 대림산업 사장(59)을 선정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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