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이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로 이라크에 진출한다. 한화그룹으로서는 한화건설이 지난해 5월 본계약을 체결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 이은 두 번째 이라크 사업이다.
방한홍 한화케미칼 대표이사 사장과 무함마드 자인 이라크 산업차관은 19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에틸렌 생산설비 및 석유화학제품 생산 공장 합작투자 사업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이번 합작투자가 확정되면 한화케미칼은 이라크 남부지역에서 연산 100만 t 규모의 에탄 및 천연가솔린 분해 시설과 석유화학제품(폴리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대규모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이 프로젝트에 들어갈 투자비가 총 40억 달러(약 4조2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이라크에 석유화학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현지에서 생산되는 에탄가스를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최근 북미와 중동 등에서 생산되고 있는 에탄가스 기반 석유화학제품들은 원유에서 분리하는 기존 나프타 기반 제품들보다 30∼50% 싸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이번 LOI 체결을 시작으로 이라크 정부와 구체적인 사업성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특히 한화건설이 진행하고 있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이후 두 번째로 추진되는 이라크 진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비스마야 프로젝트를 수주한 뒤 추가 프로젝트 수주에 힘을 쏟아 왔다. 이라크 100만 채 주택 건설 사업(비스마야 신도시는 10만 채) 추가 수주와 철도, 항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건설 사업 참여, 석유화학 생산설비나 태양광 발전설비 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김 회장이 구속된 이후 이라크 추가 진출이 계속 미뤄져 왔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사실 이번 한화케미칼과 이라크 정부 간 LOI도 당초 예상대로라면 지난해에 벌써 가시적 성과가 나왔어야 하는 사안이다”며 “이라크 재건사업을 선점하려면 하루빨리 추가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는데 ‘오너 부재’로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이 어려워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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