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녹색성장株 전기車 ‘CT&T’ 관리종목 지정 무슨일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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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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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전망에 과잉 투자… 투자자 울고 싶어라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녹색성장기업’으로 불리던 전기차업체 CT&T가 영업손실 확대, 자본잠식 등 기업으로서의 계속가치가 의심되는 상황에 봉착했다. CT&T는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지난해 매출 405억 원, 영업손실 420억 원, 당기순손실 698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CT&T의 자본잠식률이 84.7%에 이르자 23일 관리종목으로 지정했고, 현재는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 회사는 6월 반기보고서를 낼 때까지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떨어뜨리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 회사’라던 기업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데는 시장이 제대로 열리지도 않은 상황에서 장밋빛 전망에만 기대 투자를 무리하게 진행한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CT&T가 상장을 추진할 때부터 자금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한국거래소가 상장심사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해 투자자 피해가 커진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CT&T는 지난해 6월 코스닥 상장사인 CMS를 인수합병하는 우회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했다. 합병 전만 해도 CT&T는 매출액 341억 원, 영업이익 54억 원, 당기순이익 19억 원을 내던 회사였다. 하지만 상장을 추진하던 당시에 이미 자금 압박을 받고 있었다는 것이 전직 임원의 고백이다. 최근 이 회사를 떠난 한 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생각보다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서 자금 압박이 계속되자 자본시장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우회상장을 했다”며 “하지만 우회상장 대상인 CMS가 부실 덩어리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자금 부담이 더 심해졌고, 합병 이후 부품업체 납품이 지연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자 판매가 악화되는 악순환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시속 60km 이하로 주행하는 ‘저속 전기차’의 대표업체로 2004년 설립돼 지난해 일본 경제주간지인 닛케이비즈니스에 ‘한국을 이끌어갈 차세대 기업’으로 꼽히던 CT&T가 어려움에 처하기 시작한 것은 기대만큼 시장이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요타에서 전기모터를 쓸 수 있는 ‘프리우스’를 내놓고 미국에서도 전기스포츠카 지원책이 발표되자 한국 정부도 2009년 전기자동차산업활성화 방안을 확정하는 등 전기차 지원에 착수했다. CT&T는 시장 확장을 기대하고 2009년 도쿄모터쇼에서 2011년까지 세계 40곳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2013년 세계시장에 전기차 50만 대를 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CT&T의 실제 판매량은 5000대가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CT&T가 내놓은 전기차 가격은 1500만∼2300만 원대로 ‘짧은 거리를 저속으로 다닌다’는 세컨드카 치고는 너무 비쌌다. 수요가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보조금 지원정책도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시장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해외로 나가기로 하고 미국 애틀랜타, 캘리포니아 등지에 지사를 내고 중국에도 공장을 설립했지만 일본 유럽 미국 사업이 모두 지연되면서 자금 압박은 심해졌다. 지난해 12월 9일 대만 업체에 5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는 공시를 끝으로 더는 매출 공시도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매출채권 미수금을 전액 대손충당으로 잡는 등 지나치게 깐깐하게 반영했으며 앞으로 충분히 회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나친 장밋빛 전망으로 과잉투자를 했지만 전기차 수요가 기대만큼 일어나지 않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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