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가 사양산업이라고? “슈퍼섬유는 사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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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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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의 변신’은 어디까지 계속될까. 1990년대 중반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사양산업으로 인식돼 온 섬유산업이 변신을 거듭하며 살아나고 있다. 철보다 강한 실, 섭씨 500도에서 견디는 실 등 자동차 비행기 골프채 건축 의료 등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다양한 ‘슈퍼섬유’들이 1987년 단일 산업으로는 최초로 수출 100억 달러의 위업을 이뤄낸 섬유산업의 ‘화려한 부활’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슈퍼섬유’의 등장


코오롱은 국내 최초,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해양용 특수 로프 소재인 ‘아킬렌 마린’을 생산하고 있다. 초고강도 섬유의 일종인 아킬렌 마린은 해상 유전개발 시추선을 일정한 위치에 정박시키는 데 필요한 로프에 쓰인다. 유전 개발은 수심 1000m 이상의 심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시추선을 고정시키는 로프는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높아야 하며 조류의 움직임을 흡수할 수 있는 기능도 필요하다. 코오롱 관계자는 “과거 철로 만든 로프에 비해 무게를 8분의 1로 줄였고 조류에 의한 마찰도 최소화했다”며 “미국과 터키 회사가 독점하고 있던 해양용 특수 로프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의 타이어코드는 별도의 브랜드가 없어도 ‘효성’이라는 이름만으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자동차 타이어 보강재로 사용되는 섬유로 타이어에 전달되는 충격과 진동을 견디는 역할을 한다. 효성은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세계 40%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 커지는 고기능성 섬유 수요


삼양사와 SK케미칼이 합작해 만든 섬유기업 휴비스는 슈퍼섬유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아라미드 섬유’를 ‘메타원’이라는 이름으로 생산하고 있다. 메타원은 섭씨 500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것이 가장 큰 특징. 이 때문에 소방관의 화재 진압복에 사용되며 산업용 필터, 산업자재 및 건축용으로도 쓰인다. 휴비스는 3년간의 연구개발로 2009년 6월 생산에 성공해 전북 전주시에 연간 1000t 규모의 생산설비를 마련했다. 휴비스가 메타원 개발에 성공하기 전까지 아라미드 섬유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휴비스 관계자는 “아라미드 섬유 가운데 메타아라미드는 kg당 20∼40달러로 일반 폴리에스테르 섬유보다 20배 정도 비싸다”고 설명했다.

무게는 철의 4분의 1에 그치지만 강도는 10배, 탄성률은 7배나 돼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는 도레이첨단소재가 2013년부터 생산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기존의 구미3공장에 630억 원을 들여 탄소섬유 공장을 지을 예정. 탄소섬유는 우주항공 자동차 선박산업 등 경량화가 필요한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다. 자동차 무게가 10% 줄어들면 연료소비효율은 6% 증가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감소해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탄소섬유의 80%를 생산하는 일본 도레이사는 미국 보잉사의 신형 여객기 B787용 탄소섬유를 2021년까지 공급하는 계약을 벌써 마쳤다.

이외에도 코오롱의 ‘샤무드’는 천연가죽보다 부드러운 초극세사이며 휴비스의 ‘LM(Low Melting) 화이버’는 섭씨 280도 이상에서 녹는 일반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달리 100∼200도의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녹는 섬유로, 인체에 해로운 화학접착제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접착용 소재로 활용된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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