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무적함대의 敵은 내부에… “조급한 장수는 진다”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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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3일 03시 00분


■ 전쟁과 경영

16세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초대형 군단인 무적함대를 조직해 영국 원정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철저한 준비 없이 성급한 결정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과 치밀한 준비성은 언제나 공존해야 하는 
미덕이다. DBR 자료 사진
16세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던 스페인의 펠리페 2세는 초대형 군단인 무적함대를 조직해 영국 원정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철저한 준비 없이 성급한 결정을 남발했기 때문이다.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과 치밀한 준비성은 언제나 공존해야 하는 미덕이다. DBR 자료 사진
16세기 펠리페 2세가 이끄는 스페인은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영국은 당시 스페인령이었던 네덜란드 반군을 지원하고 해적질을 일삼아 스페인의 심기를 계속 건드렸다. 마침내 펠리페 2세는 초대형 군단인 무적함대(Armada)를 조직해 영국 침공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기본적인 병참도 챙기지 않은 채 성급한 침공 결정을 내린 것이 패인으로 지적된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7월 1일자) ‘전쟁과 경영’에 실린 스페인 무적함대의 실패 교훈을 요약한다.

○ 초대형 무적함대의 출항


스페인은 포르투갈을 합병함으로써 포르투갈이 차지한 엄청난 식민지와 부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유럽 사람들은 최강국으로 스페인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네덜란드와 영국 때문에 스페인의 명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스페인령이었던 네덜란드는 독립을 도모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반군의 게릴라전에 스페인은 고전했다. 영국도 펠리페 2세를 화나게 했다. 남아메리카에서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황금과 물자를 영국 해적들이 약탈했다.

“기본적 병참준비 소홀
물통 썩고 식량 모자라
영국 원정 나섰다 대패
기업규모 커지고
경영환경 복잡해질수록
치밀하게 준비해야 생존”

결국 펠리페 2세는 네덜란드에 있는 파르마 공작의 군대를 영국에 상륙시킨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다. 상륙부대의 수송을 위해 그는 서구 역사상 최강의 함대로 불리는 무적함대를 조직했다. 전함 130척에 수병 8000명, 육군 1만9000명, 대포 2000문을 장착했다. 함대의 목적은 영국 해군을 격멸하는 게 아니었다. 3만 명에 달하는 스페인 육군을 영국 해안까지 안전하게 수송함으로써 “우리는 무적이니 덤비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 무적함대는 사상 초유의 진형을 펼쳤다. 함대를 서로 빽빽하게 붙여 초승달 형태의 진형을 만든 것. 만약 영국군이 그들의 장기인 기동력을 앞세워 스페인군의 배후를 공격하면 그들을 초승달의 안쪽으로 들어오게 해 좌우에서 공격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영국 함대가 나타났을 때 스페인군은 그들의 눈을 의심했다. 당시 스페인의 갤리언선들은 거친 영국 해협의 조류를 역행할 수 없었다. 스페인 함대들은 항해를 한다기보다 조류에 밀려 떠내려가는 셈이었다. 그들은 영국군도 앞에서 막거나 뒤에서 따라오면서 공격할 거라고 생각했다. 초승달 대형을 구상했던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그들의 기대와 달리 영국의 신형 함정들은 조류를 거슬러 오르며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었다. 영국군은 스페인 함대 주위를 상어 떼처럼 빙빙 돌면서 앞도 뒤도 아닌 초승달의 끝 뾰족한 부분을 집중 공략했다. 두 번의 전투 동안 스페인군은 거의 모든 탄약을 소비할 정도로 포탄을 퍼부었지만 영국 배에 미치지 못했다.

무적함대는 힘겹게 파르마 공작의 부대원들과 만나기로 한 지점까지 가는 데 성공했지만 영국 본토 상륙은 시도조차 못했다. 네덜란드의 해군이 항구를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돌파할 호송 함대가 없다는 이유로 파르마 공작이 병력을 보낼 수 없다고 알려왔기 때문이다. 무적함대의 지휘관인 메디나 공작은 겨우 54척의 배를 이끌고 고향 스페인으로 돌아왔다.

○ 준비 없는 성급함이 실패 가져와

초대형 군단 무적함대가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혹자는 운이 없게 폭풍을 만나 실패했다고도 하지만 절반의 진실로 보인다. 스코틀랜드 부근의 북해는 세계에서 아주 거친 바다 중 하나로 기상 악화는 필연적이다.

필자가 봤을 때 무적함대 실패의 진짜 원인은 물과 식량 부족이다. 특히 식수 오염이 치명타였다. 무적함대의 출항 전, 스페인군의 물통 제작에 사용할 목재를 운반하던 배가 영국 해적 드레이크에 의해 침몰됐다. 목재를 수장시킨 후 드레이크는 영국 여왕에게 스페인군의 침공을 2년은 늦출 수 있다고 보고했다. 물통 제작용 목재는 대개 2년 이상 건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에 크게 분노했던 펠리페 2세는 침공을 연기하지 않았다. 결국 충분히 건조하지 못한 목재로 물통을 만들었고 무적함대는 이를 싣고 출격했다. 출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물통과 물들이 썩기 시작했다. 선원들은 병에 걸렸다.

급조된 물통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펠리페 2세의 성급함은 결국 무적함대를 실패로 내몰고 말았다. 그는 승리를 고대한 나머지 철저한 준비 없이 성급한 결정을 남발했다. 물자를 관리하고 보급하는 일은 군사작전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그는 ‘물통 따위의 사소한 문제로 거사를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출격 전 네덜란드 연안에 무적함대를 안전하게 수용할 항구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도 듣지 않았다.

‘하면 된다’는 도전정신과 치밀한 준비성은 언제나 공존해야 하는 미덕이다. 특히 지금처럼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경영 환경이 복잡한 상황에서는 더욱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 없는 성급한 결정은 실패를 가져온다. 이는 무적함대의 비극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임용한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 yhkmyy@hanmail.net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60호(2010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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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을 위하여’… 기업들의 약속 진심일까?/▼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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