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 380명 승진잔치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상 최대 규모… 이서현-임우재 씨 전무 올라

삼성그룹이 16일 계열사별로 380명을 승진시키는 사상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했다. 이날 인사에서 이건희 전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와 이 전 회장의 맏사위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가 각각 전무로 승진했다. 임 전무는 이부진 호텔신라·에버랜드 전무의 남편이다.

이날 발표된 삼성의 인사는 규모면에서 사실상 사상 최대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어려운 여건에서 거둔 사상 최고 실적을 고려한 보상 성격이 강하다. 삼성 내 첫 여성 부사장이 등장하고, 외국인 임원 승진자도 3명 나오는 등 눈길 끄는 인사 내용도 적지 않다.

○ 지난해보다 승진자 157명 많아

전날 발표된 이재용 부사장을 포함해 모두 32명이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88명이 상무에서 전무로 올라섰다. 상무 직함을 달면서 삼성에서 처음 임원이 된 사람만 260명에 이른다.

올해 1월 인사에서 부사장 17명, 전무 73명, 상무 157명 등 모두 247명이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 승진한 임원이 133명 더 많다. 지난해 승진자는 223명이었다.

올해 승진 인사는 사실상 최대 규모다. 2004∼2007년 승진자들이 매년 400명을 넘었지만 이때는 상무보에서 상무 승진 임원이 많았는데 지난해 직급 개편으로 상무보가 없어졌기 때문에 이번이 실질적으로 사상 최대라는 것이다.

삼성 측은 “글로벌 경제위기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고의 실적을 거둔 경영성과를 반영했다”며 이번 인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승진 규모는 177명으로 올 초 인사(91명)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회사의 신규 임원도 126명으로 올해 초 61명보다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번 인사는 삼성 임원진의 세대교체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올 초 삼성 임원의 10%가량인 160여 명이 퇴진한 이후 나타났던 공백을 대규모 승진 인사로 메웠다는 것이다. 전날 사장단에 이어 실무 임원진도 세대교체를 한 셈이다. 삼성은 또 전무 이상 임원을 늘려 사업별 책임 경영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부사장과 전무 승진 임원을 늘려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을 두껍게 했다”고 밝혔다.

○ 글로벌 삼성, 글로벌 인사

글로벌 시장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하는 현지 임원을 본사 임원으로 발탁한 것도 눈길을 끈다. 본사 사업보고서에 임원으로 등재해 향후 본사 근무 가능성을 열어둔 것. 이에 대해 삼성은 “삼성의 각 계열사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현지인 직원들에게 ‘열심히 하면 본사 임원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주고 우수 인력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에서 디지털 TV를 1위로 올려놓은 공로로 미국 법인의 팀 백스터 씨가 전무로, 존 레비 씨가 상무로 각각 승진했다. 2002년 ‘삼성전자 외국인 임원 1호’로 화제를 모은 데이비드 스틸 씨도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첫 여성 부사장 탄생… 외국인 3명 승진

해외 법인에 근무하는 한국인 임원 승진도 이어졌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 영업 및 마케팅 분야에서 새로 임원으로 승진한 부장급 직원은 모두 13명이다. 올해 초 인사 때는 7명에 그쳤다. 또 프랑스 판매법인장인 김석필 삼성전자 상무와 멕시코 생산법인장인 한명섭 상무도 이번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 눈길 끄는 임원 누가 있나

이번 인사로 삼성그룹의 첫 여성 부사장이 된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은 2007년 초 인사에서도 그룹 내 첫 여성 전무로 화제를 모은 인물. 최 부사장을 비롯해 이번에 승진한 여성 임원은 모두 6명에 이른다. 손해보험업계 최초의 여성 임원인 박현정 삼성생명 상무는 전무로 승진했다. 2003년 삼성전자가 매킨지에서 영입한 정성미 씨는 생활가전사업부에서 성공적인 브랜드 전략을 추진했다는 평가를 받아 상무로 승진했다. 소비자학 박사인 조은정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장도 상무가 돼 임원 반열에 올랐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승진자 가운데 최연소 임원은 40세(1969년 생)인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의 홍준성 연구위원(상무급)이다. 홍 연구위원은 애플과 구글에 대응하는 휴대전화 소프트웨어인 바다(bada)를 개발했다. 발광다이오드(LED) TV 개발의 주역인 안윤순 상무도 신사업 개발 공로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부사장 승진 임원 가운데 영업·마케팅, 기술 분야의 남성우, 홍창완, 전영현 부사장은 향후 활약이 기대되는 차세대 경영진으로 꼽힌다. 남 부사장은 컴퓨터시스템사업부장을 맡으며 PC사업을 1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시켰고, 홍 부사장은 28년간 TV 개발에 몸담으며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인 전 부사장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치킨게임’에서 시장지배력을 높인 공을 인정받았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