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4분기 실적부진 현실화 단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내년 전망 너무 장밋빛” 잇단 경고

마케팅 비용 증가 등 영향
순익 3분기 대비 10% 줄듯


올 한 해 실적 잔치를 이어온 국내 기업들이 4분기부터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말을 전후로 기업 실적과 상관관계가 높은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기 시작한 데다 고환율 효과가 사라지고 기업들의 마케팅 비용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에 비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올해보다 낙관적으로 나온 2010년 실적 전망치를 두고도 “지나치게 ‘장밋빛’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 영업익 3분기 대비 1.2% 감소 전망


17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실적을 추산한 234개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 총액은 18조7986억 원으로 3분기(19조230억 원)보다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 순이익은 감소폭이 더 큰 17조859억 원으로 3분기(18조9613억 원)보다 9.9%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올 3분기 사상 최고실적을 낸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3분기 2조7674억 원에서 4분기 2조5616억 원으로 7.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LG전자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028억 원에서 2636억 원으로 56.3% 급감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이 44.5% 감소해 역시 실적이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됐고 KT(―19.6%) 삼성전기(―16.4%) 등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도 하향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3분기 1조6000억 원 영업흑자를 낸 한국전력은 4분기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이들 대기업의 실적 하락은 글로벌 경쟁 격화와 마케팅 비용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4분기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대기업은 3분기 실적 쇼크 이후 기저(基底)효과가 예상되는 SK에너지(영업이익 234.9% 증가 추정), 글로벌 철강경기 회복세를 등에 업은 포스코(58.8%), 신차 효과 및 연말 세제혜택 수혜를 볼 현대차(7.4%) 정도다.

○ 내년 전망치도 거품 논란

대체로 기업들의 실제 실적은 증권사들의 전망치보다 낮게 나온다. 특히 매년 4분기엔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2004∼2007년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은 증권사들의 추정치보다 평균 9.7% 낮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어닝 쇼크가 발생했던 지난해 4분기까지 포함한 2004∼2008년의 괴리율은 27.5%까지 벌어졌다. 올 4분기 기업들의 실제 실적이 지금 추정치보다도 더 낮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투자증권 안혁 연구원은 “연말이 되면 기업들이 다음 해 실적에 더 신경을 쓰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잘 모르는 손실분을 4분기에 반영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실적 전망치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증권사들은 2010년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30∼40%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NH투자증권 임정석 연구원은 “선행지수 등 경기지표 둔화의 영향이 불가피하고 실적개선 전망의 가장 큰 요인인 IT와 금융 등의 업황 변동성이 커 전체적으로 내년 전망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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