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들 “내코가 석자” 해외원조 대폭 줄일 듯

  • 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글로벌 금융위기 이번엔 세계 극빈층에 불똥

곡물가 - 유가 폭등 이어 최빈국 ‘직격탄’

팔레스타인-아이티 등 존립 위기 직면

세계은행 “올 영양실조 4400만명 늘듯”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진국들이 해외원조를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세계 극빈층의 생활은 더 궁핍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과 유가 폭등으로 이미 큰 타격을 입은 극빈층에게 이번 금융위기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영양실조에 걸린 사람이 지난해 9억2300만 명에서 올해는 9억6700만 명으로 4400만 명이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최근 이런 수치를 언급하며 “곡물가격과 유가 폭등으로 힘겨워하는 개발도상국은 금융위기 여파로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존 홈스 유엔 구호담당 사무차장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40억 달러(약 130조 원)에 이르렀던 공적 원조금액이 금융위기로 앞으로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특히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아이티, 타지키스탄, 파푸아뉴기니 등 해외원조에 크게 의존하는 최빈국들은 존립 위기를 맞았다고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15일 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내년에 총 20억 달러의 해외원조를 받아 정부 예산의 절반을 충당할 계획이었지만 사실상 실행이 어려워졌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연구정보센터(IPCRI)의 한나 시오라 대표는 “사실상 해외원조가 유일한 수입원인 국가들은 금융위기를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도 비상이 걸렸다. 자카야 키퀘테 탄자니아 대통령과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9일 합동기자회견에서 “원조액을 줄이지 말아 달라”고 선진국들에 호소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거액의 공적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선진국들에서는 해외원조 규모를 검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지프 바이든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는 2일 TV토론에서 “해외원조액을 두 배로 늘리겠다는 약속은 천천히 생각해볼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당선되면 2012년까지 미국의 해외원조액을 현재의 두 배 수준인 연 500억 달러로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미 재무부에서 근무했던 스티브 라델레트 글로벌개발센터(CGD) 연구원은 “미국이 해외원조를 줄인다면 다른 선진국도 결국 따라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선진국 간 회의에서 원조, 빈곤퇴치 등은 주요 의제에서 빠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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