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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1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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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영원한 아날로그’인 명함에는 CEO나 임원들의 철학과 특징이 담겨 있다. 글로벌 기업들도 명함을 통해 자신들의 독특한 색깔을 드러내곤 한다.
○“명함 안에 ‘나’ 있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명함[1]은 구식이다. 회사명과 직함 이름 전화번호 등이 모두 한자로, 그것도 세로로 쓰여 있다. 이에는 나름의 뜻이 있다고 이 회사 관계자들은 말한다. 윤 부회장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한자 문화권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고 그래서 평소 한자 교육에 대해서도 적극 지지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작은 명함에도 그의 글로벌 전략이 담겨 있는 셈이다. 그의 명함 뒷면은 깔끔한 영문 양식이다.
김군호 한국코닥 사장은 필름 만드는 회사 CEO답게 사진 인화지로 명함[2]을 만들었다. 선명한 상반신 사진까지 명함에 실었다.
3차원 가상현실 서비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미국 린든랩의 김율 한국 지사장. 그의 명함 뒷면[3]에는 자신의 아바타(사이버 분신)인 ‘율 린든’이 그려져 있다. 아날로그 명함을 ‘세컨드 라이프’라는 사이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3차원 애니메이션 ‘선물공룡 디보’의 제작사인 오콘의 김종범 부사장도 명함 뒷면에 깜찍한 ‘디보’를 그려 넣고 다닌다.
삼성전자 구주법인장인 김인수 부사장도 명함 뒷면을 독특하게 활용한다. 마치 전화번호부 책처럼 자신이 관할하는 유럽 12개국의 18개 지사 연락처를 빼곡히 적어 놓았다.
배홍규 삼성SDI 상무는 자신의 이름 아래에 ‘언제: 어디서: 왜:’라고 파란색으로 눈에 띄게 적어 놓았다. 배 상무는 “명함의 주인공과 언제 어디서 왜 만났는지를 적어 놓으면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만났던 사람을 금방 떠올릴 수 있다”며 “이 세 가지 메모를 통해 고객들도 나를 쉽게 기억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의 독특한 색깔 담긴 명함들
모토로라의 명함 두께는 다른 기업들 명함의 2배다. 명함 뒷면[4]에는 옅은 하늘색 바탕에 ‘인텔리전스 에브리웨어(Intelligence Everywhere)’라고 써 있다. 세계 어디에 있든 모토로라 직원이라면 이 규정을 정확히 따라야 한다. 명함에는 언제 어디서나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는 혁신적인 제품과 기술을 창조해낸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모토로라코리아 관계자는 전했다.
인텔 명함은 왼쪽 상단 모서리가 각지지 않고 둥그렇다. 이 역시 세계 공통이다. 세상을 부드럽고 원만하게 만드는 인간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KTF는 명함에 첨단 IT 요소를 최대한 가미했다. 일종의 바코드인 ‘핫코드’가 명함에 새겨져 있다. 여기에 휴대전화의 핫코드 인식 장치를 갖다 대면 개인정보, 부서정보, 사무실 약도 등 아날로그 명함에는 없는 디지털 정보가 줄줄이 화면에 뜬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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