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에 희망과 용기를… 기업 사회공헌활동 2題

  • 입력 2005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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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기업들이 펼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했다. KT&G에서 만든 난간을 짚으며 집 앞 계단을 내려가는 임순자 할머니(왼쪽)와 CJ그룹의 지원을 통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구세군아산지역 아동센터 어린이들. 사진 제공 구세군아산지역 아동센터
올 한 해 기업들이 펼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했다. KT&G에서 만든 난간을 짚으며 집 앞 계단을 내려가는 임순자 할머니(왼쪽)와 CJ그룹의 지원을 통해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구세군아산지역 아동센터 어린이들. 사진 제공 구세군아산지역 아동센터
올해도 많은 기업이 사회 공헌 활동에 나섰다.

다양한 형태의 ‘나눔 운동’은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었다.

사회에 대한 기여에 비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한국 기업. 하지만 이들의 지원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은 작은 희망과 용기를 얻고 있다.

기업의 사회 공헌으로 달라진 모습을 두 가지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얼음골 같던 집이 포근하게

“우리 집에 놀러 와. 방이 뜨끈뜨끈한 게 아주 좋아.”

서울 강북구 미아6동 보증금 400만 원의 8평짜리 단칸방에 혼자 사는 임순자(72) 할머니는 요즘 이웃에서 전화가 오면 집으로 오라고 성화다.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5년 된 보일러가 고장 나 얼음골 같은 방에서 덜덜 떨며 지냈다.

“올겨울이 오죽 추웠어. 이불을 죄다 꺼내고 옷도 서너 겹씩 껴입었지. 그래도 너무 추워서 꼼짝할 수가 없었어.”

그러던 중 이달 15일 KT&G 행복네트워크 재가(在家)복지센터의 도움으로 새 보일러를 설치하고 보일러용 기름도 받았다.

현재 서울 마포 중랑 구로 강북구 네 곳에서 운영되는 재가복지센터는 저소득층 가정을 방문해 집수리와 식사 및 목욕, 방역 지원 등을 하고 있다. 올해 지원한 가구는 600가구.

임 할머니는 2003년부터 지원을 받았다.

할머니의 집은 천장이 다 무너져 장마철이면 밤새 물을 퍼내야 했다. 헐거운 문고리만 달려 있는 현관문은 있으나 마나였고 문지방은 썩어 내려앉았다.

“쥐가 수시로 들어오는 통에 자다가 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방 안에 끈끈이를 놓고 살았다니까. 아휴, 징그러워.”

이제 현관문과 문지방이 말끔히 고쳐져 쥐는 얼씬도 못 한다.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방은 베이지색 벽지로 환하게 도배됐고 낡은 수도관도 새로 갈았다.

대문 앞 30여 개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도 두렵지 않다.

“3년 전에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구르는 바람에 왼쪽 팔이 부러졌어. 그 뒤로는 계단만 보면 머리가 쭈뼛쭈뼛했는데, 난간을 만들어 줘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다녀.”

매주 두 번씩 식사가 배달되고 한 달에 한 번 방역 및 목욕 봉사도 받는다. 동네 산책만 다니던 할머니는 한국민속촌과 어린이대공원, 온천에도 다녀오고 영양제와 관절염약도 받았다.

“저승 가서도 못 잊을 거야. 나 같은 거 죽으면 그만인데, 이렇게 신세져서 너무 고맙고 미안해….”

할머니는 결국 눈물을 훔쳤다.

○“리코더만 불던 우리가 바이올린을 연주해요”

“와! 이게 바로 바이올린이라는 거구나. TV랑 책에서만 보던 건데….”

올해 9월 충남 아산시 구세군아산지역 아동센터에 바이올린이 도착하자 아이들은 환호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은 꿈도 꿀 수 없는 이들에게 악기라고는 학교에서 연주하는 리코더가 전부였다.

이 아동센터는 CJ그룹의 지원으로 바이올린 9대를 구입했다.

CJ그룹은 전국 공부방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 제안서를 제출받아 심사한 뒤 채택해 비용을 지원하는 도너스 캠프(Donors Camp) 사업을 펼치고 있다.

천도초등학교 5학년 조원지(11) 양은 “바이올린을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 공부방에 오면 바이올린부터 잡는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레슨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요 몇 곡은 거뜬히 연주할 정도가 되었고 실력이 쑥쑥 늘었다.

올해 미국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행사에서 아이들은 의젓한 모습으로 바이올린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아동센터 조한근 대표는 “이곳 아이들은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 늘 안타까웠다”며 “아이들이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정서적으로도 많이 안정되고 의젓해지고 있다”며 기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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