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같은 그 아줌마들 美-건강 카운슬러로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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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모은 돈으로 25평형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았을 때 정말 일의 보람을 느꼈어요.”(한국야쿠르트 방문판매사원 조경자 씨)

“남편한테는 월수입을 200만 원이라고 하고 나머지 300만 원은 따로 저금하고 있어요.”(태평양 아모레 방문판매사원 오수영 씨)

방문판매사원의 대명사 ‘태평양 아모레 아줌마’와 ‘한국야쿠르트 아줌마’.

반드시 여성이어야 하는 직업, 평균 41∼45세, 하루 5∼6시간을 일하는 ‘아줌마 부대’의 위력은 수십 년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다. 지금도 동네 골목 어귀에는 ‘아줌마’들의 체취가 묻어 나온다.

1만2700명의 야쿠르트 아줌마는 지난해 한국야쿠르트 매출의 77%인 7000억 원어치를 팔았다. 3만 명의 아모레 아줌마도 태평양 매출의 42%인 5900억 원어치의 화장품을 판매했다.

○ ‘매출은 아줌마가 책임진다’

15년째 한국야쿠르트 방문판매를 하고 있는 조경자(40) 씨는 “결혼 전 병원 원무과에서 일한 적이 있었지만 결혼 후 아줌마를 받아 주는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모레 일산영업소 수석지부장 오수영(42) 씨는 방문판매가 올해로 9년째. 그는 “전업주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단계판매나 방문판매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한때 절망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모두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조 씨가 배달하는 유산균 음료는 하루 600병, 25만 원어치. 고객은 350여 명에 이른다. 월수입은 180만 원가량. 기본급 200만 원에 성과급을 주겠다는 보험회사의 스카우트 제의도 있었지만 사양했다.

“스트레스 안 받고 웃으면서 일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소득이 부럽지 않다”는 것이다.

오 씨의 월수입은 500만 원으로 평균보다 2∼3배 많다. 그는 “일하면서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며 “생각이 바뀌면서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말했다.

오 씨가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고객은 200여 명. 개인휴대단말기(PDA)를 들고 승용차를 직접 몰고 다닌다. 1990년 유니폼에 이어 1997년 지역할당제가 폐지되면서 화장품 가방을 들고 골목 구석구석을 다니던 ‘아모레 아줌마’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 방문판매는 계속된다

한국야쿠르트는 냉장고가 드물던 1971년 냉장 보관 음료를 제때 배달하기 위해 방문판매원 제도를 도입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현장에 배치되면 회사에서 활동 구역을 정해 준다. 각자의 영업 구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직급 차이도 없다. 영업소마다 한 명씩 있는 팀장은 인기투표로 뽑는다. 팀장에게는 10여만 원의 활동비와 팀원 징계 권한이 주어지지만 징계는 거의 없다.

조 씨는 “절대로 고객에게 ‘우리 제품을 마셔 달라’고 매달리지 않는다”면서 “고객의 건강을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1964년 방문판매 방식을 도입했다. 아모레 아줌마들은 모두 사업자 등록을 하고 판매대행 수수료를 수입원으로 하는 개인사업자들이다. 방문지역 할당제 폐지 후 전국을 무대로 판촉 활동을 할 수 있으며 뛴 만큼 수익도 늘어난다.

화장품은 PDA로 회사 전산망에 접속해 주문한다. 고객이 주문한 화장품이 나오면 직접 물건을 전달하거나 택배로 보내 준다.

“장부나 제품을 싸들고 다니면 ‘이 아줌마가 물건 팔려고 달려드는구나’ 하지 않겠어요? 그저 ‘옆에 있으면 좋은 사람’이란 평판이면 만족합니다.”

태평양과 한국야쿠르트는 아줌마 부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할 계획이다.

태평양은 미(美)와 정보화를 결합한 카운슬러의 역할을, 한국야쿠르트는 아줌마의 정(情)에 ‘건강관리 컨설턴트’의 역할을 더하는 방향으로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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