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건설시장, 전망도… 대책도…아무것도 안보인다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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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아선 내년 사업계획을 세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대형 건설회사 기획담당 임원들의 푸념이다.

중소 건설업체들은 더 심각하다. 중견 건설업체 W사의 한 임원은 “주택사업은 아예 해선 안 될 사업이라는 생각마저 든다”며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든가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에 대한 잇단 정부의 규제로 내년 건설경기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자 건설사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 건설경기, 앞이 보이지 않는다

건설사들이 가장 당황하는 대목은 부동산 대책의 수위가 얼마나 높아질지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의 후속 조치가 아직 입법 과정에 있어 미래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문수 대통령경제보좌관이 최근 “8·31대책에 따른 입법이 완료되는 대로 2단계 후속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후속 대책에는 서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 및 택지 공급 확대 방안과 건설사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양가 인하 방안, 건설 및 부동산 분야의 제도 개선 일정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는 내년 건설경기에 대해 “공공 공사가 늘겠지만 주택시장 위축에 따른 민간부문의 축소로 내년 건설수주액은 올해보다 5% 정도 감소한 92조 원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내년 전국의 아파트 값은 4.7%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내년 경영계획은 수비 중심으로

상황이 이러하자 대부분의 대형업체는 성장 중심의 경영전략 대신 긴축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에 주력하면서 실적은 올해와 비슷하면 된다는 것. 대우건설은 내년 매출과 이익 목표를 올해와 거의 같게 세울 방침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7000억 원 정도 매출 목표를 올려 잡았다. 롯데건설도 사업 확장보다는 안정적인 사업 위주로 계획을 짜고 있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내년엔 인천 송도국제도시 사업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이 확실한 주택사업만 추진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의 이런 움직임은 내수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건산연 백성준 부연구위원은 “건설투자가 3년째 1% 안팎의 저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를 보완할 투자 확대 대책이 절실하다”며 “대형 건설사들의 위축 경영은 결국 내수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활로를 찾아라

건설사들은 해외시장이나 리모델링 같은 틈새시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해외시장 진출은 현대 포스코 쌍용 등 해외사업에 강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여기에 주택사업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 건설업체들도 가세할 태세다.

월드건설은 필리핀 마닐라 인근 신도시에 아파트를 짓기 위해 현지 대기업과 합작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우림건설도 내년에 중국 쿤산 지역의 아파트 사업, 베트남 하노이 도심개발 사업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밖에 GS건설처럼 주택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토목이나 플랜트 등 비주택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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