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수출길에 5% 환경장벽

  • 입력 2005년 7월 2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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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폐전기전자제품(WEEE)에 대한 새로운 환경 규제를 다음 달 13일 본격 시행하면 국내 전자업계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연간 9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22일 국내 전자업계와 산업자원부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에 따르면 EU가 마련한 ‘폐전기전자제품 처리 지침’이 다음 달 13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 지침이 시행되면 EU 25개 회원국에서 소비자가 쓰다 버린 전자제품은 생산자가 직접 회수해 처리하거나 제3의 재활용 기관에 처리를 맡기고 관련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컴퓨터 휴대전화 등 국내 전자업계의 주요 수출품이 모두 해당된다.

일부 제품은 매출액의 5%가 넘는 비용이 들 것으로 보여 국내 전자업계의 수익성에 빨간 불이 켜질 전망이다.

본보가 국가청정생산지원센터에 의뢰해 예상 비용을 계산한 결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유럽 지역에서 연간 900억 원 가까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WEEE 지침 시행에 따른 업체별 비용이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유럽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선 매출액의 1%만 돼도 엄청나게 큰 금액”이라고 말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이 포함된 생활가전 부문에서 지난해 삼성전자는 적자를 냈고 LG전자는 매출액 대비 7.2%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다 쓴 제품을 수거하고 재활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제품을 팔아서 남긴 영업이익을 넘어서거나 맞먹는 수준인 셈이다.

전자업계는 유럽시장에서 당분간 비용 압박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3일부터 당장 비용이 발생하지만 소비자의 정서나 딜러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곧바로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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