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조 원에 이르는 ‘치매 머니’ 관리와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7일 “치매신탁 사업을 시작해 노후의 편안한 삶과 그 이후까지 보살피는 공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본보 히어로콘텐츠 ‘헌트: 치매머니 사냥’ 시리즈 보도 후 치매 공공신탁 도입에 대한 정부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이사장은 이날 전북 전주시 공단 본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기억과의 싸움도 벅찬 분들이 일상과 미래를 지킬 재산을 잃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며 “더 이상의 절망이 없도록 소중한 자산을 지켜 드리는 일은 국민 노후 자금을 지켜 온 국민연금이 가장 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연금공단이 2022년 시작한 ‘발달장애인 재산관리 지원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이 사업은 금전 관리가 어려운 발달장애인을 위해 연금공단을 수탁기관으로 지정하고, 발달장애인 당사자 또는 부모 등 위탁자와 신탁 계약을 체결해 재산을 관리하는 제도다. 비용은 무료다. 내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해 450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복지부와 연금공단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치매 공공신탁 사업을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치매 공공신탁은 대상이 훨씬 많아 발달장애 공공신탁처럼 수수료를 없애기는 어렵다. 연금공단 관계자는 “복지부가 현재 치매 공공신탁 도입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고, 구체적인 제도 설계는 용역 결과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신탁 제도가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대선 공약 중 하나였던 만큼 제도 도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보 시절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치매 등으로 재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을 위해 공공기관이 재산을 맡는 공공신탁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공신탁은 민간신탁보다 수수료 등을 낮춰 저소득층까지 서비스 문턱을 낮출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올 7월 ‘고령자 공공신탁 사업 모델 구축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민간 금융사의 신탁 상품은 높은 수수료와 수익성 위주 운영으로 일반 중산층이나 저소득층 노인이 이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연금 운용 경험과 전국적인 네트워크, 공신력을 갖춘 국민연금공단이 사업의 총괄 주체인 ‘마스터 수탁자’가 되고, 지역사회복지관 등 현장 기관들이 이용자와 직접 소통하는 ‘관리 수탁자’ 역할을 맡는 이원화 구조를 제안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국 치매 환자 약 124만 명이 보유한 소득 및 자산은 154조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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