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이강운/이젠 BS 시대

  • 입력 2005년 6월 21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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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유통업 확장 경쟁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국내 유통업계가 바잉 파워(구매력)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속적인 ‘영토확장’ 경쟁을 펼칠 것이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면서 선두권 업체들이 인수 대상으로 삼을 만한 업체로 한국까르푸와 월마트코리아 등 외국계 할인점을 꼽았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내수 침체가 더 장기화되면 이들 외국계 할인점이 매각 물건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보고서가 나온 배경에는 한국에서의 영업부진 외에 까르푸의 일본시장 철수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된다.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푸는 유럽 최대이자 월마트에 이은 세계 2위 유통업체. 일본에 진출해 매장을 8곳까지 늘렸으나 영업부진으로 3월 일본 진출 4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까르푸의 실패는 현지화 전략을 소홀히 한 탓이 크다.

예컨대 설날용 감귤을 진열해야 할 연말에 샴페인을 내놓거나, 냉국수와 소면이 잘 나가는 7월에 파스타를 주요 상품으로 배치했다. 직장인들이 보너스를 타는 시기에 고액상품을 제쳐두고 400엔짜리 와이셔츠 등 저가(低價) 상품 판촉에 주력하기도 했다.

장사가 부진하자 까르푸의 프랑스인 간부들은 광고 전단지 배포 지역을 반경 4∼5km, 30만 가구까지 늘렸다. ‘걸어서 오기 힘든 지역에 전단을 뿌려 봤자 효과가 없다’는 일본인 직원들의 건의가 있었으나 무시됐다고 한다. 결국 판촉비만 낭비했다.

까르푸는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는 구매력을 바탕으로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린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유통선진국 일본의 소비환경은 중국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

할인점 외에도 다양한 소매 업태가 존재하는 일본의 소비자들에게 판매자의 편의만 생각한 ‘따라오라’는 식의 마케팅이 통할 리 없었다.

이마트 등 국내 유통업체들도 최근 중국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월마트 까르푸 등 외국 업체와 중국 현지 유통업체의 견제와 협공이 심해 의욕만큼 성과가 나타날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중국인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자전거에서 마케팅 아이디어(무상수리 및 무료세차 서비스 등)를 짜내는 모습은 보기가 좋다. 일본 까르푸의 전철이 퍼뜩 떠올라서다.

애프터서비스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를 아시는지? 고객이 서비스를 요청하기 전에 먼저 찾아가 봉사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렌털 사업을 하는 웅진코웨이는 비포 서비스가 성장의 가장 큰 주역이라고까지 했다.

고객이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먼저 찾아와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서비스. 소비자는 이런 서비스를 받을 때 감동한다.

이강운 경제부 차장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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