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 누구품에…진로 인수 최종 입찰제안서 30일 마감

  • 입력 2005년 3월 2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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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 중인 ㈜진로 인수를 위한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이 30일로 다가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진로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로부터 이날 오후 3시 최종 입찰제안서를 받아 다음 달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진로 인수를 추진 중인 12개 컨소시엄은 최종 입찰제안서 제출을 앞두고 막바지 서류 준비에 한창이다. 81년의 역사를 가진 ‘서민의 소주’ 진로는 어디로 가게 될까. 인수가격은 어느 선에서 결정될까.

▽과연 얼마에 팔릴까=진로의 적정 가격을 둘러싸고는 인수 희망업체와 채권단 사이에 시각차가 크다.

진로의 주요 채권자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진로의 가치가 36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반면 굿모닝신한증권은 진로 인수가격이 1조8000억∼2조3000억 원이 적정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진로는 법정관리를 받고 있지만 실적이 좋다. 이 회사는 2004년 7347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 가운데 2219억 원이 영업이익이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55.3%로 회사가 화의에 들어간 1998년 38.0%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다.

진로의 인수 가격이 높더라도 진로 직원이나 소비자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인수회사가 내놓는 돈은 빚을 갚는 데 거의 사용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류시장 ‘중원(中原)을 노린다=진로 인수를 희망하는 12개 컨소시엄은 크게 기존 소주 회사와 비(非)소주 회사로 나뉜다.

두산과 롯데, 하이트맥주, 오리엔탈 컨소시엄은 기존 소주 사업이 있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더라도 독과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CJ와 대상,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한전선, 태광산업 등은 신규로 주류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다. 대한전선이나 태광산업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꾸준히 추진 중이다. CJ와 대상은 식품회사로서 서로 주류시장에 먼저 진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외국 주류 회사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대한전선 컨소시엄에는 오비맥주의 최대주주 회사인 인베브, CJ에는 일본 맥주업체 기린, 롯데에는 역시 일본 맥주업체인 아사히맥주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굿모닝신한증권 송지현(宋智炫) 수석연구원은 “진로를 인수하게 되면 외국 주류 회사가 국내에 진출할 때 영업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LG투자증권 황호성(黃皓性) 연구위원은 “진로는 현금 창출 능력과 마진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격만 적정하다면 투자 대상으로 아무런 손색이 없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외국 주류 업체의 참여가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은 과제는=독과점 문제가 남았다. 소주 사업을 하는 회사는 누가 선정돼도 독과점 문제에 걸린다.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합병(M&A) 때는 산업합리화를 이유로 예외가 인정됐지만 진로에 대해서도 그런 결정이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골드만삭스의 의지도 진로의 새 주인 찾기에 변수다. 주요 채권단으로서 진로의 인수가격이 낮다고 판단되면 채권단 집회를 통해 본 계약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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