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단소송제 실시 40여일…“소송 빌미 주지마라” 초긴장

  • 입력 2005년 2월 14일 17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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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시행된 증권집단소송제도가 대상 기업과 회계법인, 금융당국 등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들은 공시 시스템 강화와 인력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계법인은 피소(被訴) 가능성이 있는 고객 기업을 골라 감사 업무를 거절키로 했다. 14일 현재 자산 2조 원 이상인 82개 상장 및 등록 법인은 올해 1월 1일 이후 회계기준을 위반하거나 허위공시나 주가를 조작하면 집단소송을 당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가 지난해까지의 기업 회계기준 위반 행위를 2년 동안 소송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나머지 행위에 대해서는 즉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

소송 대상 기업들은 올해 3월 말까지 개최하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집단소송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 위해 긴장하고 있다. 상장기업인 H사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집단소송 경계령’을 내렸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재 강력한 내부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등 대기업들은 고용 변호사를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소송 대상 기업 82개 가운데 26.6%와 25.3%가 고용 변호사와 회계사 증원을 검토하고 있다.

재계는 시스템 공동 구축도 추진 중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서울대 증권금융연구소에 의뢰해 집단소송을 막기 위한 ‘기업 공시 통제 시스템’ 구축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1일 ‘증권 집단소송 시행과 대응전략 세미나’를 여는 등 공시 담당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고객 기업의 회계부정을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도 집단소송을 당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일회계법인은 올해 부정의 가능성이 드러난 고객 기업과는 감사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법인 한덕철(韓德喆) 상무는 “과거 분식회계 경력이 있거나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 등의 수임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안진회계법인도 고객 기업을 3등급으로 나누고 이해관계자가 많고 피소 가능성이 큰 기업에 대해서는 ‘수시 위험관리 회의’를 열고 있다.

한편 증권선물위원회는 억울한 기업이 소송을 당하는 일을 막기 위해 시세조작과 미공개정보 이용 등에 대한 조사와 판정을 더 엄밀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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