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대주주 기업 100여개로 급증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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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상장기업의 2대 주주로 부상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캐피털그룹과 템플턴자산운용 등 외국인투자가가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지분을 사들인 것.

증권거래소는 675개 상장기업 중 외국인투자가가 2대 주주인 기업이 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26일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의한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일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 기업이 자회사를 부당 지원하는 등 경영 투명성에 구멍이 뚫릴 경우 외국인이 경영권에 간여하는 ‘제2의 SK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2대 주주인 주요 상장기업은 삼성전자, LG전자, 제일기획, 대구은행, 부산은행, 평화산업, 영원무역, CJ, SK, 대림산업, 현대상선 등이다.

캐피털그룹은 6월 말 기준으로 제일기획 지분 6.10%를 갖고 있다. 최대주주인 삼성물산(26.20%)과는 아직 지분 격차가 큰 편.

SK㈜의 2대 주주인 크레스트증권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은 14.94%. 크레스트증권은 소버린자산운용의 주식 매매 창구이다. 최대주주인 SK C&C보다 지분이 2.62%포인트 적다.

증권 전문가들은 외국인에 의한 M&A가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외국인은 주로 배당이나 시세차익을 노리기 때문.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박동명 과장은 “외국인 지분이 분산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M&A를 목적으로 외국인끼리 연합전선을 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외국인들은 국내 알짜기업의 주가가 실적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세차익이 목적이란 뜻이다.

반면 외국인 2대 주주가 지금처럼 지분 매집을 계속할 경우 ‘제2의 SK 사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지 소로스가 지난해 SK㈜의 취약한 지분구조를 공격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것처럼 외국인 지분이 높은 기업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김 실장은 “외국인 지분이 높아진 상태에서 M&A설까지 돌면 외국인이 배당금뿐 아니라 시세차익까지 얻는다”고 말했다.

홍수용기자 legman@donga.com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외국인이 2대 주주인 기업 현황
기업최대주주2대주주외국인 전체지분M&A 대비책
삼성전자이건희(20.88)씨티은행(10.29)57.94경영에 충실
LG전자LG(36.65)피델리티펀드(9.22)39.47대비 안함
제일기획삼성물산(26.20)캐피털그룹(6.10)58.05대비 안함
대구은행삼성생명(7.36)스몰캡월드펀드(6.49)5.00기관투자가 유치
부산은행롯데제과(14.11)스몰캐피털월드펀드(6.49)55.68지속적인 IR
평화산업김종석(44.21)NOK코퍼레이션(10.78)22.52 -
영원무역성기학(34.30)템플턴자산운용(9.50)41.29지분 추가 취득
CJ이재현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9.28)45.42대비 안함
SKSK C&C(17.56)크레스트증권(14.94)60.89지속적인 IR
대림산업대림코퍼레이션(23.34)CRMC(11.63)68.04지속적인 IR
현대상선현대엘리베이터(18.54)케이프포춘(12.00)40.37대비 안함
자료:증권거래소
지분은 올해 반기 보고서 기준. 최대주주 지분은 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외국인 전체 지분은 8월 25일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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