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하락장서 오히려 순매수

  • 입력 2004년 8월 4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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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이 하락 장에서도 한국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올해 연초에 보여줬던 공격적인 순매수는 아니지만 최소한 4월말 '차이나 쇼크'를 계기로 대거 물량을 털어내던 매매형태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는 분석이다. 내수부진 심화, 수출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주식을 내던지고 있는 토종투자자들과는 전혀 다른 매매패턴이다. 전기전자 등 정보통신(IT)업종을 팔고 은행 등 금융주를 매수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외국인 누적 순매수 전환= 외국인들이 본격 매도세로 돌아선 것은 4월말 중국경기의 경착륙을 경고한 '차이나 쇼크' 이후부터다. 4월말부터 5월11일까지 무려 2조6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단기투자 성향이 강한 유럽 및 홍콩계 헷지펀드들이 내놓은 물량들이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5월 중순 이후 매도세를 접고 소폭이지만 꾸준한 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들이 '팔자'로 돌아선 4월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외국인 매매분을 누적한 결과, 3일 처음으로 8억원의 순매수로 돌아섰다. 5월11일 이후 2조6000억원 이상의 주식을 다시 순매수한 것이다.

외국계 펀드가 단일종목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샀을 경우 금융감독원에 신고하는 '5% 지분변동 보고서에도 외국인들의 주식매입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5% 지분 변동 보고서를 통해 6월1일~8월3일 까지 모두 53건에 걸쳐 8070만주(1조4893억원)의 주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같은 기간 매도주식은 1848만주(2842억원)에 그쳤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4월말 이후 외국인 매도자금중 상당액이 시장을 빠져나가지 않고 남아있다가 재매수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IT에서 금융주로=외국인 선호종목의 손바뀜 현상도 눈에 띈다. 외국인들은 4월말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등 IT 관련주의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은행 증권 등 금융주를 집중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7월이후 최근까지 금융업종만 모두 223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민은행(77%) 하나은행(65%) 등 주요 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역대 최고수준으로 치솟았다. 부산은행의 경우 외국인의 '사자'주문에 힘입어 최근 열흘간 12%가량 급등했다.

이들은 삼성 대신증권 동원금융지주 등 증권주도 꾸준히 입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투자자들이 내수부진과 경기불황에 따른 부동산 담보대출금 부실화 가능성 등의 이유로 은행주를 냉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투자패턴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의 리서치헤드는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더 사고 있는 것은 한국경제가 구조적인 장기불황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금융주의 경우 경제위기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싸다'는 점 외에는 투자메리트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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