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님, 취업이 두려우세요?

  • 입력 2004년 5월 19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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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여, 당당하게 세상에 나서라.’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는 주부가 가사를 돌보는 것 못지않게 가계에 도움을 주기 위해 사회생활에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자신의 숨은 능력을 찾아내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성공하는 주부들도 많아지고 있다.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일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살림의 여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마사 스튜어트는 현재 주식 내부자거래 혐의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주부로서의 경험을 사업으로 연결시켜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

취업 전문 사이트인 파인드잡(www.findjob.co.kr) 정재윤 이사는 “주부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취업한다면 단순업무밖에 할 수 없다”며 “남편을 든든한 파트너로 삼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면 성공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 두려움을 없애라

테니스 선수였던 김온숙씨(41)는 3년 전부터 인테리어 자재 시공업체인 세진아이앤디의 마케팅 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테니스를 그만둔 후 국민은행에서 10년 근무하다 1996년 직장을 그만두었다. 2∼3년 동안 자녀를 키우는 데 전념하던 김씨는 2000년 한 언론사에서 주최한 ‘백두대간 종주탐험대 참가자 모집’ 공고를 보고 행사에 참가했다.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백두대간의 능선을 따라가는 종주탐험은 매우 힘들었지만 끝까지 완주했다.

“그때의 성취감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새 천년을 맞으면서 뭔가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탐험에 함께 참가했던 세진아이앤디 사장은 김씨가 주부의 몸으로 힘든 산행을 끝까지 마친 모습을 보고 ‘한번 같이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자신감이 충만했던 김씨는 선뜻 승낙했다.

김씨는 전혀 경험이 없는 분야에 들어갔지만 처음부터 배운다는 심정으로 업무를 했고 이제 적응하는 데 성공했다.

“남편에게 나의 일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아내가 잘되는 것을 말리는 남편은 없기 때문에 비전을 보여준다면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안일과 아이들 때문에 사회생활을 못한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전공을 살린다

안영숙씨(40)는 2001년부터 학습지인 ‘씽크빅’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전까지는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집안일을 하는 평범한 주부였다.

안씨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만의 일을 갖고 싶었는데 이왕이면 교육학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리는 일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후 3개월의 교육과정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한다. 학습지 교사는 특성상 교육과 함께 영업도 해야 하는데 그 방면에는 경험이 없어 도중에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 그러나 3개월의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그럼 그렇지’라는 주위의 핀잔을 듣기 싫어 이를 악물고 계속했다.

안씨는 “아이들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그에 맞는 교육을 하려면 무엇보다 인내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회원 늘리기에 급급하지 않고 아이를 키운 경험과 고민을 부모들과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고객이 늘어난다는 것.

○ 과거 경험을 살린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한정원씨(36)는 20대 후반에 결혼하기 전까지 잡지사 기자로 일했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3년 동안 집안일에 매달렸다. 다시 일을 하기로 작정한 그는 전혀 모르는 일보다는 결혼 전에 했던 일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한씨는 예전부터 패션과 리빙 스타일 등에 관심이 많았고 외국에서는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인기가 높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하다는 점에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다행히 같은 잡지사에서 일했던 후배의 도움으로 리빙과 패션 관련 스타일 작업을 하면서 점차 경험을 쌓았다. 지금은 여러 잡지사의 요청으로 제품의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아이들은 엄마가 자신의 일에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때 존경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입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주부 재취업 10계명

1. 주부만이 갖는 노하우를 100% 활용한다

2. 정부가 지원하는 재취업 훈련과정을 밟는다

3.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르다

4. 가까운 곳에서부터 일거리를 찾는다

5. 평소 인맥을 넓힌다

6.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을 갖는다

7. 공부하고 또 공부한다

8.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직업을 선택한다

9. 자녀가 독립심을 갖도록 키운다

10. 남편을 파트너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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