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부화 통해 대량양식 ‘벤처농업인’신철-백봉화 부부

  • 입력 2004년 2월 3일 19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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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물로 보이는 굼벵이는 한없이 은혜로운 곤충입니다.”

경북 영천시 임고면 사계절농장 주인 신철(愼哲·47) 백봉화(白奉花·46)씨 부부가 3일 경북도 벤처농업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 곤충양식 부문에서 벤처 농업인으로 지정된 사람은 신씨 부부가 처음.

신씨 부부는 최근 간질환 등 성인병에 특효가 있는 한약재로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 굼벵이의 대량 양식에 성공했다.

굼벵이는 1960, 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초가지붕 등에서 많이 살았으나 주택 개량과 농약 보급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 요즘에는 구하기가 쉽지 않고 값도 비싸다. 신씨 부부는 ‘꽃무지 풍뎅이’의 애벌레(유충)인 굼벵이를 지난해 4.2t이나 생산해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북 구미시 대우전자에서 20년간 근무한 엔지니어 출신인 신씨가 ‘굼벵이 박사’가 된 것은 98년 사업에 실패하고 간경화에 걸려 “간에 좋다”는 말만 믿고 굼벵이를 복용하고 1년 만에 건강을 되찾으면서부터.

굼벵이의 효능을 확신한 그는 99년 여름 경북 영천시의 한 야산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본격적인 양식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키운 굼벵이가 번번이 죽어나가 3년간 눈물만 삼켰다.

그러다 지난해 초 버려진 냉장고를 이용해 인공부화기를 만들고 온도와 습도가 자동조절되는 사육장을 개발해 대량 인공 양식에 성공했다.

“자연상태에서는 연간 1회만 수확할 수 있는 굼벵이를 인공부화 기법을 통해 1년에 4회 수확하는 등 부가가치를 높인 게 성공의 비결입니다.”

신씨는 굼벵이의 약리적인 성분을 캡슐이나 환으로 만들어 상품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양식법을 소개하는 책자도 발간할 계획이다.

신씨는 “작물을 잘못 선정해 가산을 탕진하고 실의에 젖어 도시로 돌아가는 귀농자들에게 굼벵이 사육법을 가르치는 게 소망”이라고 덧붙였다.

영천=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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