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확장 '이랜드의 힘'…한달에 한두개씩 새브랜드 사들여

  • 입력 2003년 10월 14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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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는 새해 들어 한 달에 한두개씩 브랜드를 사 모으거나 새로 만들었다.

이달 초 유아복 업체인 새난으로부터 앙떼떼와 베이비루니툰 등 2개의 사업부를 샀으며 8월에는 여성의류 업체인 데코의 지분 40%를 인수했다. 연초에도 고급 아동복 엘덴을, 6월에는 유아아동복인 뉴골든과 캡스도 사들였다. 여기다 내년에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남성복 브랜드인 뉴트를 내놓을 예정. 뉴코아백화점 인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작년 6월 국제상사 지분을 인수한 이후 시작된 이랜드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보면 “돈을 벌더니 외환위기 이전의 확장경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이랜드 조희상 전무는 “재무구조를 튼튼하게 한 뒤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철저하게 수익성 위주로 핵심역량 부분에 집중 투자하는 점이 외환위기 이전과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경영 컨설턴트들은 요즘 고객기업에 “이랜드의 변화경영(Change Management)을 눈 여겨 보라”는 말을 자주한다.

무엇이 다르다는 것일까.

이랜드의 구조조정 1단계는 다른 기업과 비슷하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3500여명에 이르던 직원을 절반인 1800명으로 줄이고 ㈜이랜드로 헌트 언더우드 스코필드 등 6개 법인을 통폐합했다. 1997년 말 28개에 이르던 법인은 2년 뒤엔 8개로, 56개의 브랜드는 35개로 줄었다. 부동산과 내의공장 매각 및 해외자본 유치로 부채를 갚아 1997년 말 289%에 이르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111%로 낮아졌다.

이랜드는 이후 직원들에 대한 평가 및 보상방법을 혁신하고 지식경영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에 온 힘을 기울였다. 디자인, 매장관리, 재고관리 등 경영활동 전 부분에 경영혁신이 도입됐다. 그 결과 1998년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가 월평균 90만원에서 작년 말에는 무려 1500만원으로 향상됐다.

올해와 같은 불경기 속에서도 이랜드는 상반기 매출이 17%, 당기순익이 19% 증가했다.

이랜드 경영진은 2001년 말 회사의 핵심역량이 ‘캐주얼 의류’와 유통업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 부분에 집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유통에서 의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두 부분의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판단에서다.

최근의 불경기는 이랜드에 좋은 회사나 브랜드를 싼 값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하지만 이랜드가 올해 사들이는 회사나 브랜드는 모두 캐주얼 의류나 유통업에 집중돼 있다.

삼성증권의 소용환 애널리스트는 “상당수 한국기업의 구조조정이 부채나 인력을 줄이는 비용 구조조정에 머물러 있는 데 반해 이랜드는 한 발 더 나아가 핵심역량 확인 및 강화를 통해 사업 내용을 질적으로 구조조정해 제2의 도약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980년 이화여대 앞에 문을 연 평범한 의류매장 ‘잉글런드’는 6년 만에 ㈜이랜드로 거듭났고 다시 10여년이 흐르자 매출 1조원을 넘는 ‘이랜드 그룹’으로 성장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숨죽이던 이랜드가 이제 어디까지 변화할까.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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