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플래시 메모리로 제2도약”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9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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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미래 성장엔진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선택했다.

삼성은 차세대 주력제품으로 플래시 메모리를 집중 육성해 내년에 플래시 메모리 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메모리 반도체 매출 100억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삼성 이건희(李健熙) 회장은 9일부터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반도체 특별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회의에는 이학수(李鶴洙) 구조조정본부장, 황창규(黃昌圭)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담당 사장을 비롯해 이례적으로 실무 임원과 반도체담당 연구원들까지 참석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왼쪽)이 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반도체 특별 전략회의에서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지난달 개발에 성공한 70나노 4기가 데이터저장(NAND)형 플래시메모리 개발 기념패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

삼성은 전략회의 결과 경기에 민감하고 경쟁이 치열해져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D램 사업부분은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는 대신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플래시 메모리를 집중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PC용 메모리로 쓰이는 D램은 경기에 민감하지만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MP3플레이어 등의 메모리 카드에 주로 사용되는 플래시 메모리는 시장규모가 연평균 20%씩 성장, 2007년에는 1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20년 전 반도체를 시작할 때 많은 사람들이 ‘무모한 짓’이라며 반대했지만 삼성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것(반도체)뿐이라는 고심 끝에 투자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하고 “플래시 메모리에서 세계 1등을 달성해 제2의 반도체 도약을 이룩하자”고 강조했다.

황 사장은 이날 회의에서 “전 세계 메모리 업체가 고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올해에도 작년보다 매출과 이익이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며 “내년 340억달러의 전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30% 이상을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현황 및 전망 △차세대 첨단제품 개발현황 △지름 12인치 웨이퍼 기술개발 및 양산화 추진현황 △플래시 메모리 1등 전략 등이 논의됐다.

:플래시메모리: 전원 공급이 끊어지면 정보가 지워지는 D램 같은 휘발성 메모리와 달리 장기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 데이터저장(NAND)형 제품은 디지털 카메라 등의 메모리카드에, 코드저장(NOR)형 제품은 휴대전화 등의 저장장치로 주로 활용된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왜 플레시 메모리인가▼

삼성의 반도체 제2 도약시대 선언은 시장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기존의 주력사업인 D램에 이어 앞으로 5∼10년간 황금기가 예상되는 플래시 메모리를 신성장 엔진으로 집중 육성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

삼성은 D램과 S램 등에서 세계 1위에 오른 기업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앞으로 수요가 급증할 플래시 메모리 시장까지 장악하지 못한다면 반도체시장 내 삼성의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왜 플래시 메모리인가=플래시 메모리가 반도체시장의 구조를 바꿀 유망사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PC에 주로 쓰이는 D램이 경기에 따라 가격 등락이 심하고 시장경쟁이 치열해 수익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반면 휴대전화 개인휴대단말기(PDA) 디지털카메라 등 다양한 제품에 쓰이는 플래시 메모리는 수요가 계속 늘고 있으며 수익성도 좋다.

삼성전자는 플래시 메모리 시장을 석권하면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시장 전체 1위 등극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2 도약 가능한가=삼성전자는 데이터저장(NAND)형 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선두업체. NAND형 시장에서는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고 코드저장(NOR)형 시장에서는 선발 업체들을 추격해 내년에는 전체 시장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최근 70nm(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4기가 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하는 등 신기술 개발과 생산 능력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어 사업 전망은 밝은 상황. 경기 화성시의 300mm 웨이퍼 전용 12라인의 본격적인 가동으로 나노미터급 플래시 메모리와 D램의 동시 양산도 가능해졌다.

삼성전자의 플래시 메모리 매출은 올해 21억∼23억달러에 이르고 내년부터는 D램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창규 사장은 “D램 대 플래시 메모리의 생산비중이 현재의 70 대 30 수준에서 내년에는 50 대 50으로 비슷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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