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경쟁 다시 불붙나…동원 '주문건당 정액제'도입

  • 입력 2003년 9월 3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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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매매 수수료 체계와 수익구조에 지각변동이 일어날까?’

동원증권이 증권업계 최초로 이달 중순부터 시행할 예정인 ‘주문건당 정액제’를 놓고 증권업계가 시끄럽다.

‘와이즈 클럽(wise club)’이라고 불리는 이 정액제는 사이버 투자자의 경우 거래금액에 상관없이 주문건수별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사용료 500원 및 체결 수수료 6500원만 내도록 하는 방식.

투자자들에게는 유리한 시스템이지만 다른 증권사들은 큰손 고객의 이동, 수수료 인하 경쟁 재현 가능성 등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액 투자시 수수료 확 줄어=온라인상에서 1억원을 투자할 경우 기존 체계에서는 증권사별 수수료율에 따라 10만원 안팎의 수수료를 내야 했다. 키움닷컴 등 소수 온라인 증권사를 제외한 대부분 증권사의 수수료율은 금액별로 0.07∼0.1% 수준.

그러나 동원증권의 정액제를 사용하면 7000원에 유관기관 수수료를 합쳐 1만7900원을 내게 된다. 이 경우 총수수료율은 0.0179%로 업계 최저 수수료율(0.024%)보다도 72%가량 더 낮다.

정액제는 정률제의 온라인 수수료를 0.1%로 봤을 때 매매 금액이 700만∼800만원 이상일 때부터 수수료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동원증권은 기존의 정률제와 정액제를 병행해 투자자가 수수료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동원증권의 ‘모험’이 4%대로 떨어진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김용규 동원증권 사장은 “투자자들이 낮은 수수료로 거래할 수 있어 증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주문 이용료 부과로 허수주문 및 불공정 매매를 방지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함께 무너질까?=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정액제가 가져올 영향에 대해 부정적이다.

증권업 상위 6개사의 순수익에서 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65% 수준. 매출의 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다시 시작될 경우 증권업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증권은 30일 보고서를 통해 “경쟁사들이 비슷한 수수료율 체계로 대응할 경우 증권업계의 온라인 평균 수수료율이 하락하는 이전투구 양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또 정액제가 출혈경쟁 등으로 동원금융지주의 주가에도 단기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LG투자증권은 “수수료율 경쟁 재현으로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특히 고액의 주문건수가 높은 증권사, 주식중개수수료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수익성 감소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정액제가 증권업계에 새로운 방향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이 약정 경쟁에서 벗어나 자산관리 영역 등을 개발하도록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별 온라인 수수료율 현황 (단위:%)
증권사50만원300만원3000만원1억원5억원 초과
대우0.500.1450.14+1500원0.10.08
LG투자0.018+500원0.15+1000원0.13+3000원0.100.10
하나0.01+2000원0.01+2000원0.100.080.08
현대0.190.190.150.090.09
우리0.100.100.100.100.07
KGI0.0280.0280.0280.0280.028
삼성0.200.200.140.120.10
미래에셋0.0290.0290.0290.0290.029
키움닷컴0.0250.0250.0250.0250.025
자료:금융감독원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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