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 5일제 더 늦출 수 없는데

  • 입력 2003년 7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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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양식과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주(週)5일 근무제는 각계가 합의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법률을 만들어 시행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에서 입법화가 늦어지면서 사업장별 단체협상으로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되다 보니 힘센 노조 소속 근로자만 혜택을 보는 제도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그 과정에서 노사분규 악화도 우려되고 있다.

사정이 급해진 재계가 뒤늦게 정부안을 수용하고 나섰지만 민주노총은 정부안이 재계 주장을 대부분 반영한 ‘사실상의 재계안’이라고 반발해 합의하기가 쉬울 것 같지 않다. 사태가 이렇게 꼬인 데는 민노총의 책임이 적지 않지만 2년여에 걸친 논의 기간에 경직된 자세로 일관한 재계에도 잘못이 있다.

정부안은 중립적 입장에 있는 공익위원들이 만든 것으로 노사 양쪽에서 조금씩 양보해야 할 부분을 담고 있다. 재계가 정부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한 만큼 민노총도 주5일 근무제라는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양보해야 한다. 당장의 기업 부담을 생각하면 외국에 없는 월차휴가 폐지 및 유급생리휴가의 무급화, 초과근로수당 조정,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이 불가피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월차휴가는 사용하지 않고 수당으로 보전해 주고 있다. 따라서 주5일 근무제에 월차휴가까지 인정한다면 기업부담은 너무 커질 수밖에 없다.

민노총은 정부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총파업을 강행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나 나라 경제 전체를 생각하면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민노총 내부에서조차 명분이 약한 총파업이 불필요한 희생만 치르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점을 지도부는 유념해야 한다.

주5일 근무제 시행에 앞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실정에서는 추가 인건비 부담, 종업원의 사기 저하 등 부담이 만만치 않다. 민노총이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해서까지 시행 시기를 앞당기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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