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노조'라는 브레이크

입력 2003-06-17 18:45수정 2009-10-1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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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거인들의 멸종.’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실상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이처럼 ‘무시무시한’ 제목을 붙였다. 잡지는 이어 “최근 추세라면 포드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빅3’ 자동차 업체 중에서 소멸할 회사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 같은 비관론자가 이코노미스트 하나가 아니라는 것. UBS워버그 애널리스트인 솔 루빈은 최근 “이 추세라면 포드는 2010년까지 생존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멸종위기에 놓인 희귀동물’이라는 비아냥거림을 들을 정도로 허덕이는 이유로는 공급과잉, 가격인하 전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 강력한 노조입김, 미국 자동차 내수시장의 정체 등이 꼽힌다.

이처럼 미국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파이를 서로 차지하려는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미국차가 강세를 보였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트럭시장에 일본 회사들이 잇따라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연 1600만대로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21세기 들어 처음으로 미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 자동차 회사 사이에 ‘자동차 대전(大戰)’이 조만간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자동차 업계는 이런 일에는 무관심한 듯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현대자동차 경영진의 요즘 관심은 온통 노사문제에 쏠려 있다. 현대차 노조가 쟁의결의를 했기 때문. 7월 2일 전국 단위의 파업이 예고돼 있으며 현대차 노조도 여기에 참가할 예정이다. 국내 5개 자동차 회사 사장들은 18일에는 노동부 장관을 만난다. 노사문제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서다.

자동차 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16일 국회와 민주당 한나라당 등 각 정당을 찾아다니며 정치권이 ‘주5일 근무제’ 관련 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정치권의 책임회피로 주5일제의 임금 및 근로조건 문제가 계속 노사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기 때문.

전 세계 자동차 업체에서 가장 잘 나간다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규모인 1조엔(약 10조원)의 경상이익을 남겼다. 그런데도 올 초 노조는 춘투를 앞두고 스스로 임금인상을 포기했다. 앞으로 불투명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험로를 고려한 결정이었다고 전해진다.

우리 자동차 업계는 몇 달을 노사협상에 매달리면서 미래에 대한 대비를 늦출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는가.

공종식 경제부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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