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결국 관리종목 지정…對北 송금의혹 자료제출 거부

  • 입력 2003년 3월 23일 17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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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특검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이 결국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증권거래소는 21일 현대상선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24일까지 매매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는 현대상사가 전날 외부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2002년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범위 제한(한정) 의견을 받은 데 따른 것.

19일부터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뒤 관리종목 지정과 동시에 거래가 중단된 것에 대해 투자자들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은 정상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잇따른 악재로 고전해 왔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특검이 눈앞에 닥친 것도 큰 부담이다. 수사가 진행되면 부실회계가 드러나 시장의 불신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대상선은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의 대북송금 관련 자료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못했다. 결국 자료제출 부실 등 조사불응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고 유가증권 발행이 제한됐다. 이번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것도 삼일회계법인에 대북송금과 관련된 부분의 자료 제출을 거부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도 주가는 이라크전쟁의 수혜주에 포함된다는 소식에 지난주 상한가를 쳤다. 전쟁 이후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 조치가 풀리면 1억달러 상당의 미수채권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입은 것. 일부 증권사에서는 전쟁 이후 주목할 유망 종목으로 현대상선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됨에 따라 주가가 당분간 약세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작년 4월 5000원을 웃돌던 주가는 현재 1510원까지 내려간 상태다.

한 애널리스트는 “1조5000억원 상당의 자동차선을 매각하는 등 정상화 노력에 한때 기대를 걸었지만 기업 내부사정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떠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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