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손떼는 이유는…남북 정책적 지원 '압박카드'

  • 입력 2001년 4월 30일 23시 28분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사장이 30일 “현대상선은 금강산 관광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밝힘으로써 금강산 관광사업이 새로운 고비를 맞았다. 그룹 내 계열사간 의견조율을 거쳐 내놓은 현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김사장은 “현대상선이 98년 이후 금강산사업을 통해 이익은 커녕 3000억원대의 누적적자만 발생하면서 재무구조를 악화시킨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현대상선을 금강산사업에서 떼어 냄으로써 상선만이라도 건실하게 가져가자는 것.

김사장은 대신 “앞으로 금강산사업은 현대아산이 맡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현대아산이 별도의 수익기반을 갖추지 못한데다 현재 자본금 4500억원 전액을 잠식한 부실덩어리라는 점이다. 김사장은 이와 관련해 “남북 당국이 관광대가 인하와 육로관광 실현, 금강산 개성 등지의 경제특구 지정 등과 같은 금강산관광 활성화 조치를 마련해주면 외자 등을 유치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강산 관광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남북한 당국의 정책적 지원을 재차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선결조건 중 현재 상황으로는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남북한 모두 관련 제도를 고치는 등 간단치 않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카지노사업의 경우 남북관계를 규정한 헌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관광대가 인하문제는 북한측이 ‘큰 결단’을 내려야 하는 사안이다.

최근 들어서는 특히 미국과 북한 관계가 싸늘하게 변하면서 남북관계 자체가 다른 상황을 맞고 있다. 남북해빙의 상징인 금강산사업이 ‘남한만의 결정’으로, 또는 ‘북한만의 결심’으로 한꺼번에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복잡한 국면에 처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가 ‘금강산사업에서 손을 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현대측은 그러나 “금강산사업을 더 이상 손해보면서 계속할 수 없으니 이제 남북 당국이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는 속내를 밝히고 있다.

따라서 ‘현대상선의 금강산사업 포기’선언은 금강산 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복잡한 함수문제를 남북 당국에 떠넘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사업이 순수 민간차원에서 시작된 것만은 아닌 만큼 정부 당국에서 실마리를 풀어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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