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게이트]금감원 거액 불법대출 방조 의혹

  • 입력 2000년 11월 26일 20시 03분


금융감독원이 MCI코리아 부회장 진승현(陳承鉉·27)씨의 불법행위를 3차례만 적발한 것이 아니라 추가로 2차례 더 적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은 2차 적발 이후인 올 5∼8월에도 불법대출을 2차례 확인하고도 진씨 소유의 열린금고 등을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것이다. 진씨가 열린금고에서 불법대출을 받다가 지난해 9월, 올 3월 두차례 적발된 뒤의 일이었다.

따라서 금감원이 이상징후가 확인된 5∼8월에 진씨를 겨냥해 열린금고를 제대로 검사했더라면 고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었다. 진씨는 2차 적발 직후인 4월부터 11월까지 계속 불법대출을 받았다.

▽금감원은 사전에 알고 있었다〓금감원이 진씨의 불법행위를 눈치챌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리젠트그룹의 지주회사인 코리아온라인(KOL)의 피터 애버링턴 부회장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올 5월 금감원에 진씨는 더 이상 거래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견해를 전자우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애버링턴 부회장은 전화통화에서 “5월 이후 금감원과 긴밀히 협조하며 ‘진씨가 5000개 이상의 계좌를 사용해 수상한 거래를 한 흔적이 있다’고 알렸다”고 말했다.

두 번째 단서는 8월 이전에 나타났다. 리젠트그룹은 “진씨가 올 1월 리젠트증권의 주가를 부풀린 뒤 높은 가격에 사달라고 해왔다”는 사실을 금감원에 알렸다. 금감원은 곧 조사에 착수했고 진씨가 리젠트증권 고창곤 당시 사장과 함께 주가조작한 혐의가 있다는 것을 포착했다. 이 내용은 8월 중순 언론에 보도되기까지 했다.

▽통합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진승현 게이트’는 종금 증권 신용금고에 대한 통합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더라면 사전에 감지해 사건이 커지기 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 은행 증권 보험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을 한데 묶어 금융감독원으로 통합한 것도 바로 통합검사로 금융사고를 예방하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리젠트종금과 리젠트증권 및 열린금고가 진씨를 고리로 연결됐지만 연결 통합검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금감원의 한 임원은 “금감원 조직이 크다보니 부서간 정보교류가 안돼 연결검사가 안 이뤄졌지만 진승현씨를 봐주려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왜 통합금감원이 존재해야 할까?

▽사전확인 미스터리〓금감원은 진씨가 리젠트종금에서 600억원을 불법대출받은 것을 올 7월 확인해 9월에 문책했지만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열린금고 사건이 터진 뒤 언론에 보도되자 뒤늦게 해명하면서 “올 7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점검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리젠트그룹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올 5월 금감원에 공식 통보했으며 이후 긴밀히 협의하면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애버링턴 부회장은 “금감원측이 올 7월 자체적으로 발견했다고 밝혔다고 주장한다”는 지적에 “답변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문제 키웠다〓금융개혁 차원에서 정부가 푼 각종 규제조치가 오히려 금고사태를 촉발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금고의 경우 전에는 경영권이 바뀌면 감독당국이 자금조달 내용과 경영자의 자질 등을 따지는 경영권이전 심사제가 있었지만 이 조치가 97∼98년 규제완화 차원에서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사이비 벤처금융인이 금고를 사금고로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것은 규제완화로 사전검증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불특정 다수의 자금을 관리해야 할 이들 대주주와 임직원에 대한 검증조치가 이들 서민 금융기관에는 갖춰져 있지 않아 앞으로도 대주주들의 행동을 밀착감시하지 않는 한 제대로 밝혀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영해·김승련기자>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