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기업 판정기준 발표]은행권 "이달중 사실상 불가"

  • 입력 2000년 10월 5일 18시 44분


은행권은 5일 정부의 지침을 받아 일제히 부실판정 대상기업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첫 단계는 심사부 여신관리부 여신기획부 기업개선부 등 관련부서 직원들을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는 것. 회계사 변호사 등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신용위험평가위원회도 수일 내로 만들 예정이다.

이달 말까지 살릴 기업과 죽일 기업을 판정해야 하는 은행들은 한결같이 “제대로 가려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반응들.

외환은행 조용광 기업개선부장은 “구조적으로 유동성에 문제 있는 기업의 회생가능 여부를 판단하려면 해당업체의 자구계획 및 소명, 전문기관의 실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불과 보름 남짓한 시한 내에 마무리짓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정기업에 대해 채권은행간 의견이 엇갈릴 경우 이를 조정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담보를 얼마나 잡고 있느냐, 충당금을 얼마나 쌓았느냐 등에 따라 은행별로 이해(利害)가 다르기 때문. 이를 해결하기 위한 기구로 금융기관협의회를 만들지만 결국은 정부가 나설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최종 판정결과 법정관리 등으로 퇴출시킬 기업 수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 그러나 55개사가 퇴출된 98년에 비해 훨씬 적은 10개 안팎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상기업의 경우 퇴출대상으로 분류할 경우 막대한 충당금을 새로 쌓아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워크아웃 업체 중에서 퇴출기업이 나오리라는 것.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번 2차 기업구조조정의 목적이 시장의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 것이라면 워크아웃이 아닌 정상기업 중에서도 몇 개의 퇴출업체는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은행 실무자는 “퇴출대상으로 꼽히는 업체에서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을 내놓고 치열한 로비를 벌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어느 때보다 실현가능성을 엄정하게 따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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