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상장, 현금배당과 청약우선권 부여할 듯

  • 입력 2000년 8월 23일 18시 50분


생명보험회사가 증시에 상장될 경우 보험계약자는 주식을 얼마나 받게 될까. 지금까지는 계약자에게 지분을 배분한다는 쪽이 우세했으나 정부는 전면 재검토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업계가 주장해온 현금배당과 청약우선권을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스스로 정책의 일관성을 깨뜨렸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근영(李瑾榮)금융감독위원장이 22일 “생명보험사 상장에 대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법과 보험이론에 근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며 상장방안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제시했던 무리한 안과는 다른 상장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반기고 있다.

생보사 상장문제는 지난해 삼성그룹 이건희회장이 삼성자동차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내놓으며 불거졌다. 상장에 따른 막대한 자본이득을 주주와 계약자간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 업계와 정부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된 것.

▽계약자에 대한 기본 입장〓생보사의 ‘성격’을 보는 관점에 따라 계약자 지위가 달라진다.

업계는 생보사가 주식회사인 만큼 상장이익은 주주의 몫이라는 것. 그러나 정부는 내용적으로는 계약자가 곧 주주인 상호회사라고 말한다. 계약자에게 영업의 위험을 전가하는 배당상품이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경영의 위험을 계약자가 부담해왔다는 것. 하지만 업계는 어느 나라건 영업 초기엔 배당상품을 주로 파는 상호회사의 성격을 지닌다고 맞받아쳤다.

▽주식배분 논란〓기존 안에서 정부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89, 90년 자산재평가를 하며 계약자 몫을 자본잉여금으로 편입, 자본처럼 운영해온 만큼 상장 시 이를 자본금에 편입해 주식으로 배분하라고 요구했다. 업계는 계약자배당인 만큼 이제라도 현금배당하겠다며 경영권 등의 문제로 주식배당은 절대 불가하다고 맞섰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23일 “자본잉여금을 자본금으로 편입해 주식을 발행하는 것은 무상증자이므로 이 경우 신주는 기존 주주에게 할당되며 계약자에게 배분할 수 없다”고 설명해 업계의 입장에 손을 들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정재욱연구위원은 “삼성생명 주주의 대부분은 삼성계열 관계자인 만큼 주주 전원의 주식 포기 동의를 얻어 계약자에게 주식을 나눠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처리될까〓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9, 90년의 자본잉여금과 상장전 자산재평가 차액을 현금으로 배분하고 이중 일부는 공익법인에 출연하며 계약자에 청약우선권을 주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장자문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들 업체가 최소한 수천억원에 이르는 현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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