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분쟁 빨리 해결을” 유화 및 휴대전화업계 피해확산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22분


삼성전자 이경주 부장은 요즘 애간장이 탄다. 느닷없는(?) 마늘 파동으로 회사 경영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서 휴대전화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이 부장은 중국통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신명이 났다. 인구 12억의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시장을 뚫어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었다.

6월7일 날벼락을 맞았다. 중국의 통상당국이 한국산 휴대전화기에 대해 수입금지조치를 내렸던 것. 이 바람에 삼성전자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에 수출하기 위해 생산한 휴대전화기들이 창고에 쌓이기 시작했다. 책임자인 이 부장은 밥맛을 잃어버렸다. 회사측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지만 마치 자신이 시장 예측을 잘못한 것 같아 민망스럽기만 하다. 창고에 먼지가 쌓이는 만큼 이 부장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힘으로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의 내부문제였다면 그는 목숨을 내놓고 북경을 오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금수조치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 간에 생긴 통상마찰이다. 한 기업인의 힘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 정부가 중국산 마늘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이에 맞서 휴대용 전화와 폴리에틸렌에 대해 무기한 수입금지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경주 부장은 통상당국에 대해 “분쟁을 신속히 해결해 달라”고 애원했다. 비단 이 부장 뿐만 아니다. 석유화학과 휴대전화 생산업체들은 모두 손해를 보고있다. 폴리에틸렌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8개 업체 중 일부는 이미 재고가 쌓여있다. 대한유화는 중국 측의 금수조치로 지난달 15일부터 생산량을 20% 줄였으며 곧 50%까지 줄여야하는 상황이다. SK㈜도 다음달 초 감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회사가 중국의 수입업체들로부터 받지 못하는 돈은 220만달러. 중국에 폴리에틸렌을 판매하고 있는 국내 유화업체들이 중국 수출을 위해 선적한 후 금수조치로 부두에 묶여 있는 분량만도 2만t 이상이다. 국내 유화업체들 중에는 중국 수출비중이 전체 폴리에틸렌 생산량의 60%를 넘는 경우도 있어 중국의 금수조치가 장기화될 경우 공장폐쇄 사태도 우려된다.

중국에 휴대전화를 수출해 온 삼성전자의 경우는 금수조치 후 공장 가동률이 10% 가량 떨어졌으며 10만대(2500만달러) 가량 매출 차질을 빚었다. LG정보통신 관계자도 “마늘분쟁의 여파로 차세대 이동통신 방식에 대한 중국과의 협상도 차질을 빚는 등 앞으로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통상당국은 업계의 이런 고통을 제대로 알고있는지. 이들의 아픔은 곧 국가경제의 침체로 연결될 수도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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