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은행퇴출' 기능 강화…2차구조조정 앞당겨질듯

  • 입력 2000년 7월 9일 23시 25분


‘파업이후가 오히려 문제다.’

시장에서 파업은행과 파업불참 은행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자금이 파업불참을 선언한 우량은행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탓이다. 이렇게 되면 이번 파업파장이 향후 은행 구조조정 방향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주회사 설립 등 구조조정계획이 무산될지도 모른다.

▽은행파업, 구조조정 일정 앞당긴다〓금융감독위 고위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파업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며 “은행 파업으로 인해 정부의 2차 금융구조조정 일정이 시장의 힘에 의해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은행파업으로 기존의 은행권 판도가 급격히 재편될 것”이라며 “자금인출이 몰리면 유동성이 모자라는 일부 은행은 종금사처럼 업무정지 명령을 받고 퇴출되거나 다른 은행으로 흡수합병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 한빛, 조흥은행 편입 불가피〓가장 큰 문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빛은행과 조흥은행 처리. 외환은행과 함께 기업금융의 70%를 차지하고 규모면에서 막강하다는 점에서 우선 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이들 은행은 파업 때문에 시장의 외면을 받으면서 자생력이 급격히 떨어져 오히려 정부에 금융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통합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대주주가 외국인인 외환은행은 금융지주회사에 들어오든지, 아니면 다른 은행을 흡수하면서 추가공적자금을 받는 경우를 생각해서 유리한 방향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은행파업이 구조조정을 상당히 앞당기는 촉매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나-한미은행 M&A 통해 리딩은행으로〓파업불참을 선언하고 M&A를 통한 리딩뱅크를 꾀하고 있는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은 국민은행이나 주택은행 등과의 흡수합병을 통해 초대형은행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증권 생명 등을 통합하는 금융지주회사 설립계획을 발표했다.

나머지 은행들은 전문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 은행파업이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의 편차를 더욱 확대시키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된다는 지적이다.

▽파업가담 일부 지방은행은 흡수합병 예상〓이번에 파업참여를 선언한 3∼4개 지방은행 중 부실한 1, 2개 은행은 흡수합병되면서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감위의 관측. 살아남는 지방은행들도 그나마 틈새시장을 제대로 공략해야 퇴출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정부의 2차 금융구조조정 일정도 급속도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금융지주회사로 묶어 힘있는 하나의 은행으로 출범시키려던 계획도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지고 이 과정에서 퇴출은행도 자연스레 나타날 것이란 얘기다.

<최영해기자>money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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