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 금융파업 왜 없나

  • 입력 2000년 7월 9일 18시 32분


시장경제원리를 중시하는 서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금융기관 노조가 거의 없는 만큼 금융 파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산업 전체의 동시 파업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미국의 경우 법적으로 금융기관 노조를 허용하고 있으나 실제로 설립된 노조는 거의 없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80년대 말과 90년대 초에 부실 저축기관의 대량 도산과 함께 공적기구를 통한 정리가 단행됐으나 직원들의 반발은 없었다. 부실 금융기관의 도산과 정리, 이에 따른 종업원의 실직은 당연하다는 게 당시의 사회 분위기였다.

파업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철저한 성과와 수익 중심주의가 정착돼 있기 때문. 같은 직급 내에서도 능력과 실적에 따라 급여가 서로 다른 만큼 불만이 집단적으로 표출되지 않는다.

한 민간 연구기관 관계자는 “미국과 서구의 금융기관들은 사업본부제 중심이어서 실적이 떨어지는 사업본부는 곧바로 해체된다”면서 “이를 반대하는 직원들은 없다”고 설명했다.

불만이 있더라도 집단행동보다는 개인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 이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으로 인해 다른 직장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이 없기때문이다. 또 창구직원의 대부분이 정규직이 아닌 임시직이어서 단체행동에 나설 여지가 거의 없다.

생존능력이 없는 금융기관의 기관장은 합병으로 인해 자신의 자리가 없어질 줄 뻔히 알지만 합병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조합원이나 투자가, 주주들이 이를 강력히 요구하는 만큼 합병에 실패하면 경영권 시장에서 무능한 경영인으로낙인찍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노조의 힘이 강하기는 하나 타협을 중시하는 문화 때문에 실제로 파업에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다만

우리나라는 다른 직장을 찾기 힘든데다 실업관련 복지제도가 미흡해 인력구조조정이 있을 경우 당장 생계 문제에 직면하기 때문에 노조가 강성을 띨 수밖에 없다.이와 관련해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파업에 나서는 금융기관 직원들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기에 앞서 실업자를 위한 복지 인프라를 조속히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경쟁력없는 기업들은 당연히 퇴출되는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두영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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