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셀 코리아' 아니다 미 증시 불투명, 현금확보 주력

  • 입력 2000년 4월 27일 18시 58분


외국인 투자자들이 연일 매도공세를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27일에는 하루동안 5천463억원 어치를 매도하고 3천186억원 어치를 매수해 2천275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도 181억원 어치를 매도하고 86억원 어치를 매수함으로써 95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9일 3월 옵션 만기에 따른 3천억원 순매도를 제외하고는 작년 9월28일의 2천300억원 순매도 이후 최대 규모다.

투신권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금융권 구조조정을 앞두고 매도세를 강화하며, 취약한 매수기반을 노출시키고 있어 외국인의 향배는 향후 장세의 관건으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외국인들은 앞서 지난 25일 코스닥시장에서 장초반 매수우위를 보이다가 채 1시간도 안돼 매도공세를 펼쳤다. 거래소에서는 마치 개장과 함께 매물을 쓸어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었다 결국 이날 외국인들은 코스닥시장에서 39억원, 거래소시장에서 503억원의 순매도를 각각 기록했었다.

"외국인들은 과연 셀 코리아(Sell Korea)에 나선 것일까"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체로 한국경제의 근본(펀더멘틀)에는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서도, 대체적으로 당분간 매도우위 속에 '관망'자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외국증권사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방침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단 현금을 확보하자는 관망세가 유력한 것이지, '셀 코리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의 진단을 듣는다.

◆전용배(살로먼스미스바니환은증권 국제영업부장)

외국인투자자들은 당분간 매도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해외의 펀드들이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TMT(테크놀러지,미디어,텔레콤)종목을 대량 매도하고 있어 한국에서의 첨단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해외펀드에 환매 요구가 들어오면 한국 증시에서의 투자비중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최근 국내 증시에서 주택, 국민 등 은행주를 다소 매입했었는데 금융구조조정설등으로 은행주의 주가가 빠지고 있어 은행주도 다시 팔고있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주식을 내다 판 자금을 달러로 바꿔 일단 해외로 유출하고 있으나 매도규모가 하루 1000억원(1억달러)선이어서 외환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우택(엥도수에즈 W.I.카증권 이사)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의 경기 전망에 대해서는 큰 우려를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삼성전자,현대전자등 반도체주를 올들어 집중 매입해 삼성전자의 경우 지분율이 55%에 달하는 등 과매수 상태이다.

따라서 장이 취약한 상황에서는 한국 증시에서 매수보다는 매도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데 외국인들의 매물이 쏟아질 경우 종합주가지수는 650선까지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경제는 내년쯤 경기가 정점을 지날 것으로 보이나 증시가 침체를 보이면 경기와 관련된 대형주들은 오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장성수(HSBC증권 과장)

외국인들의 한국증시에 대한 최근 시각은 기본적으로 '관망'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나쁘게 보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증시의 불투명이 가중되는데다,

한국증시,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롤러코스터'장세가 연일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국증권사에 들어오는 약정을 분석하면, 주식을 매입하려는 외국인들은 한전 SK텔레콤 한통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블루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팔려는 외국인들은 매물을 매도한다기 보다는 교체매매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 특히 금융구조조정설이 유포되면서 은행 및 증권주와 일부 중소형주의 교체를 시도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코스닥시장에 대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어지럼증'을 느낄 정도다. 과대 하락한 상황에서도 하루에 주가 움직임이 상·하 20%에 이르는 등 변동률이 너무 큰 데대해 지쳐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된다. 한마디로 과도하게 움직이는 '심리장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

방형국 박승윤<동아닷컴 기자>bigjob@donga.com, par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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