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用항공기 독점시비]정부, 특정 항공법인에 몰아줘

  • 입력 2000년 2월 3일 18시 08분


삼성 현대 대우그룹의 항공기 제작부문을 통합해 설립한 한국항공우주산업㈜에 정부가 군용항공기 발주물량을 몰아주기로 방침을 결정, 파문이 일고 있다.

더욱이 항공빅딜에 참여하지 않은 대한항공이 상대적으로 강한 경쟁력을 갖춘 회전익(헬기) 분야까지 한국항공에 독점 발주할 것으로 알려져 ‘특정업체 죽이기’ 시비까지 일 조짐이다.

산업자원부는 3일 한국항공을 방위산업특별조치법에 의한 ‘전문화업체’로 지정키로 하고 국방부와 최종 협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산자부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4월 총리 주재 항공우주산업개발 정책심의회에서 통합법인에 대한 지원안이 확정됐다”며 “전문화업체 지정은 산자부 권한이고 대상 물자를 지정하는 것은 국방부 몫인 만큼 통합법인 지원건은 사실상 협의가 종결된 셈”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복안▼

‘전문화업체’로 지정되면 방산분야에 한해 고정익과 회전익 항공기의 생산 납품을 독점하게 된다. 현재 국내 항공기제작 수요는 방산부문이 70%, 민수용이 30%. 방산부문의 독점을 보장해줘야 한국항공의 수익성이 확보되고 중복 투자를 막을 수 있다는 게 정부측 논리다.

지난해 4월 총리주재 정책심의회는 ‘산업특성을 감안해 기본목표를 작성한 것인지 궁금하다’는 재정경제부측 검토의견에도 불구하고 통합법인에 대한 정부지원책을 통과시켰다. 산자부 관계자는 “대한항공에 문서로만 통보하지 않았을 뿐 정부 지원 입장은 수 차례 밝혔다”며 “대한항공은 군수용 항공사업에서 한국항공의 하청을 받으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력 반발하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3일 비상회의를 열고 “이번 조치는 30여년 동안 국내 항공우주산업을 선도해온 대한항공의 존폐를 위협하는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사기업에 독점체제를 부여하는 것이 과연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특히 지난해까지 138대를 납품한 UH60 군용헬기의 성능개량 사업권이 이번 조치로 당장 한국항공에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데 대해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법인을 지원하기 위해 선발업체가 확보해놓은 사업권까지 빼앗을 수 있는가”라고 항변했다.

▼빅딜의 진정한 배경▼

98년9월 항공빅딜에서 대한항공이 빠진 이유는 다른 3사와 달리 수주 확보 물량에 여유가 있었던 데다 김해의 기체제작 및 정비사업장 중에서 항공기 분야만 떼어내기 어려웠기 때문. 삼성항공도 수익성이 좋은 엔진사업 부문은 남기고 기체부문만 통합법인에 넘겼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빅딜은 기본적으로 부실부문간 통합”이라며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이 부실기업들의 빅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청업체로 전락하는 것이 항공산업 발전에 유익한가”라고 되물었다.

현재 통합법인 지분을 놓고 외국 거대업체들이 막바지 물밑싸움을 벌이는 상태. 통합법인이 방산 독점권을 가질 경우 적은 지분으로도 차세대전투기 기종 결정에 개입하는 등 ‘노다지’를 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