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때 투자'가 일류제품 비결…삼성硏 20개제품 분석

  • 입력 2000년 1월 18일 20시 23분


97년까지 상용화 기술이 개발되지 못했던 CDMA 단말기. 미국 유럽업체들이 기술개발에 성공하고도 고객 확보에 자신이 없어 투자를 미적거리는 사이 국내 업체들이 대규모 상용화 투자를 단행, 시장을 선점했다.

메모리 반도체도 마찬가지. 90년대 초까지 세계시장을 장악했던 일본업체들이 시장전망을 어둡게 보고 망설이는 틈을 타 삼성 LG 현대 등이 ‘무리하다 싶을 정도’의 투자를 단행, 일본업체를 앞질렀다. 처음부터 대(大)화면 투자에 나선 국내 TFT-LCD업체들의 승전보도 ‘위험을 무릅쓴’ 투자가 결정적 성공요인.

중소기업인 텐트업체 진웅은 외국의 대형바이어와 우호적 관계를 만드는 데 성공,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 경우. 스키장갑을 만드는 시즈사도 철저한 바이어 관리로 IMF직후 바이어 이탈을 최소화해 위기를 넘겼다.

▽세계 최강제품〓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내놓은 ‘한국의 세계 최강제품 성공비결’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국내 19개 업체 20개 제품을 ‘세계 최강’으로 꼽았다. 연구소의 ‘세계최강’ 기준은 △세계시장 잠유율이 10% 이상이거나 3등 이내 △매출, 수출이 각각 3년 연속 30, 20% 이상 신장 △시장개척력이 우수하거나 인지도가 높은 제품 등.

세계 최강엔 D램이나 TFT-LCD 같은 대기업 제품 외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한 중소기업형 제품도 다수 포함됐다. YTC텔레콤의 사오정전화기나 은성디벨럽먼트의 속눈썹성형기, 대성금속의 손톱깎이 등이 대표적 제품.

▽성공비결〓연구소가 지적한 최고의 성공비결은 적기투자. CDMA단말기나 반도체 등 시설투자형 사업에 해당한다. 사오정전화기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성공의 밑천이었다. 이밖에 △한우물파기경영(한국화이버) △철저한 바이어관리(진웅, 시즈) △글로벌경영 등도 각각 성공의 필요조건으로 지적됐다.

▽더욱 어려워진 ‘세계 최강’제품 개발〓경제에 국경이 사라지면서 최강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은 대규모 수익을 재투자, 기술력을 선점하는 추세다. 상위 3개사만이 시장에서 살아남거나(3강의 법칙), 매출액 상위 20% 업체가 시장의 80%를 장악한다는 법칙(2080)이 유행하고 있다.

연구소는 이같은 독과점 추세에 정보통신 등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잇따라 생겨나면서 일반적으로 기업의 수명이 80년대 30년에서 최근엔 5년까지 단축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