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망 「오락가락」…국내기업들 「갈팡질팡」

입력 1998-08-04 19:35수정 2009-09-2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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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들이 원―달러 환율전망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최근 원화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외국기관과 국내기관들의 환율전망이 크게 엇갈리면서 거액의 외화를 확보하고 있는 국내기업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의 대규모 외자 유치, 수입감소 등으로 서울 외환시장에 달러 물량이 쏟아지자 국책연구기관은 물론 민간연구소들까지도 일제히 연말 환율이 달러당 1천3백원내외에서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산업연구원(KIET)이 가장 낮은 전망치인 1천2백50원을 내놓았으며 한국개발원(KDI)은 1천3백원을 제시했다.

현대와 삼성 대우 LG 등 민간경제연구소들도 연말까지 환율이 1천3백∼1천4백원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낙관론의 근거는 지난달말 현재 외환보유고가 4백30억달러로 크게 높아진데다 외화예금 규모도 1백억달러를 넘어서는 등 국내 시장의 달러공급이 수요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는 점.

그러나 미국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외국 투자기관들의 환율전망은 이와는 크게 상반된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4·4분기(10∼12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을 1천7백원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ING베어링과 SBC워버그 등 외국기관들은 연말에는 환율이 1천5백원내외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외국기관들이 환율전망을 어둡게 보는 것은 한국의 수출이 지난달 크게 감소했고 앞으로도 반전의 가능성이 낮은데다가 금융기관 및 기업의 구조조정진행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

이처럼 각 기관의 환율전망치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국내기업들은 적절한 환율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속만 태우고 있다.

특히 그동안 앞다퉈 외자를 유치해 거액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달러를 써야 할지, 계속 끌어안고 있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 혼란에 빠져 있다.

일부업체에선 여유달러로 ‘환투기’에 나섰다가 며칠사이에 2백만∼3백만달러를 날렸는가 하면 정반대로 전망환율이 적중해 앉아서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 곳도 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초 스웨덴 볼보사에 중장비사업부문을 매각한 삼성중공업은 매각대금으로 들어온 7억5천만달러중 일부만 원화로 환전을 해뒀을뿐 환전시기가 헷갈려 나머지는 고스란히 달러로 보유하고 있는 상태.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환율안정이 지속될 경우에는 지금이라도 환전을 해 부채를 갚는 것이 유리하겠지만 환율전망이 양극화돼있어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환율이 떨어지면서 4억달러 가량의 단기외채를 서둘러 상환했지만 추가로 외채상환을 해야 할지 시기를 놓고 고민하고 있는 상황.

현대그룹 외환담당 임원은 “외국 금융기관과 계속 접촉하면서 환율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국내외 시각차가 워낙 커서 어느쪽을 선택해야 할지 헷갈린다”고 털어놓았다.

현대는 이에 따라 그룹차원에서 수집한 각 기관의 환율전망치만을 계열사에 알려주고 계열사별로 판단해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으나 계열사간에도 환차익과 환차손이 엇갈려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

LG전자 관계자는 “환율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해 외환자금 운용과 관련된 결정은 유보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영이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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