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銀예금 手記로 지급』…정부 1단계 비상대책 시달

  • 입력 1998년 6월 30일 06시 44분


대동 동남 동화 경기 충청 등 5개 은행의 퇴출을 둘러싸고 심각한 부작용이 빚어져 29일 금융시장 일부가 마비상태에 빠지고 고객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퇴출은행의 대리급 이하 직원에 대해선 고용승계를 보장하도록 인수은행장들에게 요청했으며 이들 은행장도 이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 정부 대책 ▼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과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이날 저녁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5개 인수은행 및 2개 퇴출은행의 은행장들과 긴급 회동해 퇴출은행 직원의 고용승계문제를 논의했다.

회의후 금감위 관계자는 “정부는 4급이하 은행원의 고용승계를 보장해 3개월간 계약직 고용보다는 더 확실한 고용이 이뤄지도록 하고 퇴직금은 확약하지는 못해도 과거 지급 관행에 비춰 신중하고 조속히 처리하도록 인수은행장에게 요청했으며 인수은행장들도 고용승계에 대해 확약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1단계 비상대책을 시행, 통장을 통한 잔액 확인이 가능한 경우 수기(手記)로 예금을 지급하고 소액인출시 보증인이 있으면 예금을 내주도록 조치했다.

소액 인출자는 보증인을 내세우면 예금을 지급하고 공공기관 등 믿을 수 있는 기관의 예금인출 요구에 대해서는 신용으로 예금을 내주도록 했다.

이재경부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동화은행 등 일부 퇴출은행 직원들의 업무거부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어 이같은 내용의 1단계 비상대책(Contingency Plan)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어음을 교환에 회부했으나 결제가 되지 않아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지급제시를 한 은행이 해당 기업의 자금 부족분만큼 융자해주도록 하고 융자은행의 자금 부족분은 한국은행이 시중금리로 지원하기로 했다.

퇴출은행과 거래중인 기업에 대해서는 필요시 인수은행에서 어음할인과 신규대출 등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30일 마감되는 특별소비세 등 각종 국세와 지방세를 예금인출 불능으로 납부하지 못하는 사태에 대비해 납세자가 이날 하루 통장사본 등을 첨부해 세무서에 신청하면 납부기한 및 징수유예 기한을 7월말까지 연장해 주기로 했다.

자동이체 대상 공공요금에 대해서는 연체료의 부과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관련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5개 퇴출은행 거래기업의 연쇄부도 사태를 막기 위해 교환회부된 어음에 대해 미결제 통보시간을 상황에 따라 연장해주기로 했다.

▼ 은행인수상황 ▼

금감위가 부실은행 처리방침을 공식발표한 29일 인수은행들은 퇴출은행들에 인수팀을 투입했지만 피인수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반발과 방해로 인수작업이 벽에 부닥쳤다.

신한은행 인수팀이 오후 7시 동화은행 진입에 성공함에 따라 인수은행의 5개 은행 본지점 장악은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됐다.

그러나 각 은행 본점에서 농성을 푼 5개 퇴출은행 직원들은 이날 오후 상경, 서울 명동성당에서 퇴출은행 연합집회를 갖고 농성에 들어가 ‘퇴출 파장’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남은행을 접수한 주택은행 인수팀은 전산망 암호체계인 ‘자료접근통제장치’를 해독하느라 철야작업을 벌였으며 국민은행 전산팀은 대동은행 전산시스템의 가동에 나섰다. 이 두 은행에선 30일 오전까지는 복구가 돼 예금지급도 가능해질 것으로 금감위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은행들은 암호변경 디스켓이 파손되기도 해 해당은행 전산요원들이 이를 복구해야 하기 때문에 가동되기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9일엔 하루종일 예금입출금과 기업당좌거래 및 외환거래 등 정상적인 은행업무가 전면 마비됐으며 재산세 전기료 등 월말에 내야 할 각종 공과금을 내지못한 고객들이 엉뚱하게 연체자로 몰리는 등 고객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또 결제를 위해 퇴출기업이 발행한 약속어음이나 자기앞수표를 제시했으나 이를 거부하는 은행이 늘어나면서 중소기업의 연쇄부도가 우려된다.

은행들은 29일 밤 금융결제원의 지시에 따라 퇴출 5개 은행이 발행한 자기앞수표 가운데 27일 이후 입금된 수표를 전부 입금취소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자기앞수표의 입금을 취소하고 부도처리할 경우 고객들은 이미 넣은 예금을 찾을 수 없고 공과금 납부 등을 위한 계좌이체도 전면 마비된다”고 우려했다.

<반병희 김상철 이강운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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