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고비 함께넘자⑤/전문가 좌담]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54분


[전문가 좌담]

이용근(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 소장) 정해왕(금융연구원 부원장)

▼이한구소장〓구조조정의 목적과 취지를 체계적으로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적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의 범위도 달라질 것입니다.

▼이용근위원〓구조조정은 대외적으로 공신력을 높이고 대내적으로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구조조정이 되면 외국인 투자가 늘어 외채부담을 덜고 궁극적으로는 취업기회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습니다. 구조조정 대상에는 정부 기업인 투자자 노동자가 모두 포함됩니다.

▼정해왕부원장〓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전체적인 밑그림을 갖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지금이라도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정립해 공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구조조정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이소장〓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구조조정의 한 목적이지만 산업자본 기술 노동 금융 등의 분야에 걸친 종합적인 구조조정 대책은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인력축소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직 어느 부문을 줄이고 대신 어느 부문을 늘릴 것인지, 가지 친 여력을 어디에 쓸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이위원〓정부가 미리 계량적으로 검증된 계획 위에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경제여건에서 생존할 수 있고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지 여부가 부실을 판단하는 기준입니다.

▼이소장〓빠른 구조조정으로 필요 이상의 기업이 도산하고 자산매각 손실이 생기는 것을 정부가 조정하지 못하면 산업붕괴로 이어져 신뢰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정부원장〓정부가 내세운 민주적 시장경제 원칙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시중은행에 이래라 저래라 지시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정부는 대원칙만 제시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 과감하게 조치해야 합니다.

▼이위원〓금융 구조조정은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관계자들의 자리, 즉 밥그릇이 걸려 있어 제대로 되지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최후 수단이지만 감독권을 동원해 강제로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소장〓은행 8월말, 제2금융권 9월말로 예정된 금융 구조조정 스케줄은 그대로 유효한 것입니까. 기업이 99년말까지 부채비율 200%를 달성해야 하는 것도 변화가 없습니까.

▼이위원〓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빠르고 강한 구조조정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금융 구조조정에 대해 ‘2+2+2’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4, 5월 두달은 준비하고 다음 2개월은 시행하며 나머지 2개월은 정리하는 것입니다. 기업 부채비율 200%는 업종별로 다를 수 있지만 전체 평균 수준입니다. 기업의 부채비율 축소계획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충족할 때까지 반려될 것입니다.

▼이소장〓정부의 신용회복 방안이 너무 소극적이고 축소지향적입니다. 빚이 많더라도 채산성이 좋으면 그 회사는 괜찮은 기업으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자산매각 정리해고 증자 등의 구조조정을 할만한 여건이 돼있지 않은데도 정부는 기업이라는 최종당사자만 달달 볶는 형국입니다.

▼정부원장〓우리나라는 지금 기업을 심사할 신용이 아예 없는 상태입니다. 예컨대 빚이 적은 기업보다 빚이 많은 기업이 오히려 은행에 압력을 행사해가며 돈을 더 많이 꾸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업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여신심사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거액대출을 받는 기업에 대해서는 거래금융기관이 선정하는 회계법인이 재무제표를 실사하도록 해 공신력을 높여야 합니다.

▼이소장〓구조조정 비용을 자본주 노동자 금융기관 정부간에 어떻게 분담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정부원장〓금융부문만 말하자면 국책은행을 제외한 1, 2금융권의 구조조정에 지난해말 현재 64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은행을 중심으로 본다면 이 비용을 금융기관이 가장 먼저 부담하고 주주 채권자 예금자의 순으로 부담하고 정부가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이위원〓정부의 부담은 곧 국민의 부담인 만큼 정부부담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이소장〓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많습니다. 경영합리화 과정에서 비싼 자산을 헐값에 넘기는 것도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입니다. 또 기업에서는 급여삭감 보다 감원을 더 선호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엔 실업에 대한 뒤처리 능력이 별로 없습니다. 역시 추가적인 비용발생 요인이 됩니다.

▼정부원장〓미국이 부실화된 저축대부조합(S&L)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쓴 비용은 당초 계획보다 10배 이상 들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현재와 같은 일종의 경제적 전쟁상태에서는 ‘전비’마련을 위해 세금을 많이 걷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위원〓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하는 방법으로도 재원을 마련할 것입니다.

▼이소장〓구조조정 과정에서 자금시장의 교란이 우려되는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습니다. 기업 구조조정의 방식이 무리한 부채감축, 부도 등 위축적으로 가닥을 잡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건전한 기업마저 도산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위원〓구조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충격의 정도가 다릅니다. 은행만해도 인수합병(M&A), 자산부채인수(P&A), 배드뱅크(부실자산만 떼내 운영하는 은행) 등 처리방식에 따라 감원 및 점포폐쇄의 규모가 달라집니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은 P&A방식을 주로 쓸 방침입니다.

▼정부원장〓은행뿐만 아니라 기업의 부실자산을 정부가 사주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국채를 발행해 기업으로부터 부동산을 사고 기업은 이 국채로 부채를 갚고 은행은 국채를 한국은행에 맡겨 현금을 받아오는 방식입니다.

〈정리=김상철·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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