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 고심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가 대만으로부터 「1백억달러 차관」 제의를 받고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관 제의는 대만의 제1야당인 민진당 쉬신량(許信良)주석이 했다. 김상현(金相賢)고문의 주선으로 방한한 그는 선거일인 18일 김당선자를 만나 서울∼타이베이간 민항을 개통해 주면 1백억달러를 빌려주겠다고 제의했다는 것이다.
김당선자는 이에 대해 중국과의 외교관계 등을 감안, 『그런 문제는 공식 외교 채널을 통해 논의해 달라』며 완곡하게 사양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만 현지 언론은 김당선자가 이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도, 김당선자측은 황급히 이를 부인했다. 이것으로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전 김당선자의 한 핵심측근이 대만행 입국허가서를 발급받으면서 이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김당선자가 이 측근을 내세워 은밀히 대만과 접촉중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측근은 그런 사실을 부인했다.
외무부의 한 당국자는 『정치적 대가가 없는 순수한 민간 차원의 지원이라면 중국 역시 문제삼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국자는 그러나 『대만이 대가없이 돈을 빌려줄 리 없고 중국 역시 궁극적으로 한국과 대만의 관계개선을 원치 않고 있어 대만에서 차관을 들여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장팅옌(張廷延)주한중국대사는 최근 한국 기자들과 만나 대만의 한국 지원 움직임에 대한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김당선자 역시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면서까지 대만차관을 들여올 생각은 없다』고 못박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대만 차관 도입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