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東哲 기자] 당초 韓昇洙(한승수)경제부총리가 주재하기로 돼있던 31일의 경제장관회의를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주재한 것은 한보부도사태에 따른 경제위기상황을 직접 점검, 처방을 마련함으로써 위기의 확산을 막아야겠다는 절박감에 따른 것이다.
김대통령이 「근거없는 악성소문」이 능력있는 기업에 미치는 피해를 거론하며 경제부처에 대책마련을 지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 설을 앞두고 늘어나고 있는 임금체불과 고용불안, 그리고 일부지역에서의 부동산가격 급상승에 따른 투기조짐 등에 대한 만반의 대책을 세울 것을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한보사태 이후 시중에는 끊임없이 정치권인사 관련설 등 유언비어가 나돌고 경제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는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특히 증권시장을 중심으로 일부 중견기업의 부도설이 공공연히 나도는 등 사회적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이 이날 한보사태의 원인을 「기업측의 외부차입에 의한 무리한 사업추진」으로 지적한 대목이 관심을 끈다.
한보사태는 검찰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권발동에 따른 진상규명으로 그 성격이 드러나겠지만 현시점에서 김대통령은 한보사태를 현정권 실세들이 개입한 권력형비리라기보다는 대형금융사고쪽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중의 통설인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 대형금융사고라는 시각은 앞으로 한보사태 수사과정 등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통령이 이날 금융제도 개혁의 당위성을 지적하며 금융개혁의 조속한 추진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인식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금융개혁이 잘 이뤄지면 국가경제가 건강을 회복하는데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한보사태와 관련한 정치성 유언비어는 검찰수사를 통해 사라지게하고 경제적 후유증 최소화에 내각의 모든 힘을 쏟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