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달라지는 생활]인력 재배치 새바람

입력 1997-01-10 20:24수정 2009-09-2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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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英伊기자」 K자동차회사 L과장(36)은 샐러리맨으로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그는 얼마전 10년간 몸담았던 사무직을 떠나 자동차판매직에 배치전환됐다. 회사의 불황극복 전략에 의해 영업일선으로 내몰린 것이다. 「여기서 잘못되면 쫓겨난다」는 위기감에 서글픔을 느낄 틈조차 없이 새해 벽두부터 친척집 전화번호와 동창회명부를 챙기며 『어떻게 하면 실적을 올릴 수 있을까』 머리를 굴리고 있다. 작년엔 명예퇴직 바람이 샐러리맨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면 올핸 삼성 코오롱 등 각그룹들이 인력재배치 작업을 대대적으로 추진, 샐러리맨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재배치의 타깃은 물론 사무관리직 「화이트칼라」들. 방만한 일반사무직 인력을 대폭 줄여 영업 판촉 등 「돈을 벌어주는」 현업 부서로 전진배치하는 것이다. 지금껏 취업희망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화이트칼라.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시간만 가면 자동적으로 승진을 보장받던 시절은 이제 옛 이야기가 되고 있다. 화이트칼라의 위상이 흔들리며 후광이 퇴색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작년과도 분위기가 판이하다. 노동법 개정의 영향도 있지만 명예퇴직 분위기는 싹 사라지고 있다. 멋모르고 명예퇴직제를 시행했다가 우수한 인재들만 빠져나가고 남은 사원들에게는 사기저하를 가져오는 등 시행착오를 겪은 것도 한 원인. 중견기업 D사의 한 사무직간부(46)는 『찬밥신세로 지내기보다는 차라리 명예퇴직금을 챙겨 조그만 사업이나 할까 궁리도 했지만 회사가 앞으로는 명예퇴직도 없다고 하는 바람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라며 『적당한 때에 거액을 받고 나간 동료들이 부럽다』고까지 말한다. 말이 쉬워 재배치지 사무직이 영업일선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회사는 자리조차 주지 않고 실적만 강요하는 곳도 있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회사를 그만두는 문제를 생각하게 마련이다. 삼성경제연구소 인적자원실 李禎一(이정일)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이 불황타개를 위해 생산성 수익성을 기준으로 인력을 재배치하는 인력구조조정바람이 거세질 것』이라며 『앞으로 화이트칼라보다는 전문능력을 갖춘 인력들이 각광받게 된다』고 말했다. 기존의 전산개발이나 교육관련부분 시설관리 등 사내 일부업무를 외부전문인력에 맡기는 아웃소싱도 확산추세다. 화이트칼라들이 할 수 있는 「만만한」 업무영역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임원인 金太主(김태주·48)이사는 『앞으로 단순관리업무가 아니라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익을 가져다주는 능력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일반 사무직도 창의성과 전문성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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