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경북 지역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대부분 지역이 훼손된 경북 의성 고운사 사찰림의 회복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운사는 산불 진화 후 인공 복원이 아닌 자연 복원을 결정했으며, 광범위한 사찰림의 자연 복원은 고운사가 국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불교환경연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동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 등 5개 환경단체는 지난달 26일 고운사에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 복원 프로젝트 중간 보고회’를 열고 “약 76.6%의 지역에서 자연 복원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을 비롯해 담비·삵(멸종위기 2급), 올빼미와 큰소쩍새(천연기념물), 오색딱따구리 등 포유류 17종과 조류 28종이 관찰됐다. 또 피해가 컸던 상류 지역에서도 조류 출현 종 수가 늘어나며 서식 환경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중대형 포유류의 회복 잠재력이 높게 나타났다”라며 “다만 설치류 등 소형 포유류의 종 다양성은 일시적으로 낮은 상태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고운사 사찰림에서 발견된 노루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숲의 골격을 이루는 참나무류 등 교목성 수종의 새싹 밀도는 헥타르(ha)당 평균 3922본으로 집계됐으며, 나머지 지역에서도 회복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인 재생 방향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산불 직후 식생 재생은 토양 속 매토종자(발아력을 유지한 채 종자휴면 상태에 있는 종자) 발아와 화재목(산불 피해 나무) 그루터기에서의 새싹 재생이라는 두 경로를 통해 진행된다”라며 “고운사 사찰림에서는 이 두 과정이 동시에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복이 본격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식생과 동물 등 분야별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할 때, 고운사 사찰림은 높은 자연 회복력을 바탕으로 인위적인 조림 없이도 스스로 숲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라고 밝혔다. 또 “불에 탄 고사목 역시 딱따구리와 곤충의 서식처로 기능하고 있다”라며 “무분별한 벌채와 획일적인 인공 조림을 지양하고 자연 복원 가능성을 신뢰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조사단은 5월까지 조사를 마친 뒤 최종 보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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