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힘’ 믿은 고운사 사찰림, 산불 1년만 멸종위기종 돌아와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16일 06시 00분


지난해 고운사 사찰림에서 발견된 담비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
지난해 고운사 사찰림에서 발견된 담비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
지난해 3월 경북 지역에 발생한 대형 산불로 대부분 지역이 훼손된 경북 의성 고운사 사찰림의 회복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운사는 산불 진화 후 인공 복원이 아닌 자연 복원을 결정했으며, 광범위한 사찰림의 자연 복원은 고운사가 국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불교환경연대,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안동환경운동연합, 서울환경연합, 생명다양성재단 등 5개 환경단체는 지난달 26일 고운사에서 ‘고운사 사찰림 자연 복원 프로젝트 중간 보고회’를 열고 “약 76.6%의 지역에서 자연 복원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부터 진행된 조사에 따르면 멸종위기 1급인 수달을 비롯해 담비·삵(멸종위기 2급), 올빼미와 큰소쩍새(천연기념물), 오색딱따구리 등 포유류 17종과 조류 28종이 관찰됐다. 또 피해가 컸던 상류 지역에서도 조류 출현 종 수가 늘어나며 서식 환경 회복 조짐이 나타났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은 “중대형 포유류의 회복 잠재력이 높게 나타났다”라며 “다만 설치류 등 소형 포유류의 종 다양성은 일시적으로 낮은 상태를 보였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고운사 사찰림에서 발견된 노루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
지난해 고운사 사찰림에서 발견된 노루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제공
숲의 골격을 이루는 참나무류 등 교목성 수종의 새싹 밀도는 헥타르(ha)당 평균 3922본으로 집계됐으며, 나머지 지역에서도 회복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전반적인 재생 방향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산불 직후 식생 재생은 토양 속 매토종자(발아력을 유지한 채 종자휴면 상태에 있는 종자) 발아와 화재목(산불 피해 나무) 그루터기에서의 새싹 재생이라는 두 경로를 통해 진행된다”라며 “고운사 사찰림에서는 이 두 과정이 동시에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복이 본격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조사단은 “식생과 동물 등 분야별 모니터링 결과를 종합할 때, 고운사 사찰림은 높은 자연 회복력을 바탕으로 인위적인 조림 없이도 스스로 숲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보인다”라고 밝혔다. 또 “불에 탄 고사목 역시 딱따구리와 곤충의 서식처로 기능하고 있다”라며 “무분별한 벌채와 획일적인 인공 조림을 지양하고 자연 복원 가능성을 신뢰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조사단은 5월까지 조사를 마친 뒤 최종 보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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