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탕-코트 입은 듯한 액션 대결? 상상이 가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2월 12일 16시 08분


‘어제 개봉’ 영화 휴민트
조인성·박정민 인터뷰

영화 ‘휴민트’ 스틸
영화 ‘휴민트’ 스틸
영화 휴민트 스틸
영화 휴민트 스틸
설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국내 영화계가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움직임의 선두에 있는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남북한 정보원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11일 개봉 당일에만 11만6000여 명을 모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휴민트’의 두 주역인 배우 박정민(39)과 조인성(45)을 9, 11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났다.

‘휴민트’는 두 배우를 앞세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류 감독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조인성과는 ‘모가디슈’와 ‘밀수’로, 박정민과는 ‘신촌좀비만화-유령’과 ‘밀수’로 연을 맺었다. 이번 작품에서 류 감독은 국가정보원 블랙요원 조과장(조인성)으로 극에 안정감을 줬다. 조인성은 “공기 같은 역할이다 보니 어렵기도 했지만 재밌었다”며 “감독님이 저를 든든하게 생각해 주셨던 것 같다”고 했다.

반면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으로는 멜로 누아르적 재미를 살렸다. 옛 연인 채선화(신세경)와의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역할로, 박정민은 감정 진폭이 큰 연기를 도맡았다. 그러나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멜로 연기로 접근하진 않았다고 한다. 촬영에 돌입하고 나서야 단순한 액션 첩보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그래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장면도 채선화와의 단독 대면 신이었다. “첫 대사 ‘잘 지냈소?’를 어떻게 뱉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던 박정민은 “감정을 빼고 편하게 내뱉으니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영화 휴민트 스틸
영화 휴민트 스틸
영화 ‘휴민트’ 스틸
영화 ‘휴민트’ 스틸
두 인물이 구사하는 액션 신도 분위기가 다르다. 연인을 구출하려 몸을 내던지는 박건의 액션이 불같고 거칠다면, 두 번 다시 자신의 휴민트(인적 정보)를 잃지 않고자 하는 조과장의 액션은 냉철하고 우아하다. “박건이 무스탕을 입었다면, 조과장은 코트를 입고 액션을 한다”(조인성)는 말이 둘의 액션 스타일을 잘 대변한다.

실제 조인성이 주로 들었던 감독의 연출 방향은 “친절하고 다정하게”였다고. 류 감독은 휴민트와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까지 교류하는 ‘품위 있는 요원’을 연기해 달라고 했다. 이에 조인성은 ‘여백’으로 답했다. 그는 “제 연기에 여백이 있어야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미간을 풀고, 눈에 힘을 빼고, 그 상황에 저 자신을 놓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는 두 배우 모두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영화계에서 ‘기둥 같은 선배’가 된 조인성은 올해 ‘휴민트’를 시작으로 ‘호프’(나홍진 감독), ‘가능한 사랑’(이창동 감독) 등에도 연이어 참여한다.

스스로를 “멜로 한도 초과”라고 표현한 배우 조인성은 “이미 해봤기 때문에 ‘시시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젊은 배우들이 해야 할 몫이 있고, 저는 저대로 사회적 시의성을 가져가며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NEW 제공
스스로를 “멜로 한도 초과”라고 표현한 배우 조인성은 “이미 해봤기 때문에 ‘시시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젊은 배우들이 해야 할 몫이 있고, 저는 저대로 사회적 시의성을 가져가며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NEW 제공
“영화 ‘안시성’을 찍고 나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막대한 투자금이 주는 압박감,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에 시달렸죠. 스스로 깜냥이 안 된다고 느낀 뒤엔 오히려 작은 역할에 임해 왔어요. ‘밀수’, ‘무빙’ 등이 그랬죠. ‘휴민트’로 오랜만에 제1 주연을 맡게 됐는데, 작게라도 쓰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던 게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것 같아요.”(조인성)

배우 박정민은 “예전에는 매력적이고 재밌는 대본을 찾았다면, 요즘은 지금 시대에 ‘꼭 해볼만한 이야기’ 혹은 ‘꼭 해야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작품을 발견하면 반갑다”고 말했다. 샘컴퍼니 제공
배우 박정민은 “예전에는 매력적이고 재밌는 대본을 찾았다면, 요즘은 지금 시대에 ‘꼭 해볼만한 이야기’ 혹은 ‘꼭 해야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작품을 발견하면 반갑다”고 말했다. 샘컴퍼니 제공
지난해 말 한 영화제에서 가수 화사와의 축하 무대를 기점으로 이른바 ‘멜로 장인’으로 불리는 박정민에게 이번 영화는 ‘멜로 소화력’을 입증할 무대였다.

“제 인생에 멜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꼴값 떤다고 생각하실까 봐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선물을 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러다 말겠지’ 싶긴 한데요. 1인분의 몫을 잘하자고 한 것들이 큰 스포트라이트로 돌아온 것 같아요. 하하.”(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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