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여러 지역을 전전하며 낯선 환경과 마주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저에게 바람과 소금으로 채색된 바닷가 마을은 늘 설렘이었고,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동네는 숨을 고를 준비의 시간을 주었으며, 온통 사과나무로 이어진 가로수길은 열매의 시간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첫 시작은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이방인이 아닌 풍경의 일부가 되었고, 그 끝은 언제나 감동이었습니다.
시나리오 역시 저에게는 그런 낯선 첫걸음이었습니다. 시와 소설로 활자에 머물러 있던 이야기들이 시나리오에서는 움직이는 장면과 실체로 다가왔고, 그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부족함 앞에 주저앉기도 했지만, 문학은 장르의 경계가 아닌 연결이라는 믿음으로 다시 펜을 들었습니다. 글을 쓰는 내내 무지함에 부끄러웠고, 배워 가는 과정에 행복했습니다.
첫 투고로 이처럼 큰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쁨보다도 책임의 무게를 먼저 느낍니다. 이 소중한 기회를 발판 삼아 사람과 삶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내는 작가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이 글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은혜로우신 하나님, 무언다정 성희규 님, 설백무결 김춘자 님, 자유난방 곽난수 님, 따숨강철 곽경미 님, 순둥철인 송규욱 님, 차온겸비 이희숙 님, 똘망귀욤 민준·민규·민성이, 찐친 동지 빛의 동역자들, 영원히 사랑합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열어주신 동아일보사와 심사위원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1984년 서울 출생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짜임새 있고 지루함 없는 코믹호러스릴러
● 심사평
주필호 씨(왼쪽)와 오정미 씨.올해 본심에 올라온 열한 편 시나리오는 절반씩 드라마와 장르로 나뉘었다. ‘인간의 자격’은 수능 날의 의문사를 파헤치는 교훈적 이야기로, 순진한 호러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드라마인 ‘디어 마이 패밀리’, ‘꽃은 웃어도 소리가 없고’는 평범한 이의 죽음을 다루는 태도와 시각화가 꽤 인상적이나 어디서 본 듯한 길을 가는 안전주의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B급 코미디인 ‘사나이 테스트’ 또한 자기만의 병맛 유머로 결국 도식적 코미디를 복제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편 ‘나혜석, 나혜석’에서 두 나혜석이 사는 시공의 기계적 배합은 치명적 약점이다. 그럼에도 실존 인물 나혜석 일생의 결정적 장면들을 관념에 얽매임 없이 바라본다는 점, 한 사람의 예술가를 예술가로서 존중해 낸다는 점은 이 작가의 작가다운 그릇을 상상하게끔 한다.
당선작 ‘옹이’는 끔찍하고 웃기는 코믹호러스릴러다. 각종 강력범죄가 총집합된 소동극은 짜임새 있고 지루한 부분이 없다. ‘대체 이런 음산한 이야기를 낄낄거리며 써내는 동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라는 의문을 남기기는 하지만, ‘영화란 게 재미있으면 되는 거지’라는 시각에서는 그저 흔쾌히 받아들여질 만한, 자극적이고 오락적인 작품이다. 나무속에 마치 암처럼 숨어 있다 어느새 폭 튀어나오는 그 꼬인 놈, ‘옹이’의 비밀을 풀고자 하는 것이 혹여 그의 작가적 숙명이라면, 더 거칠게 서슴없이 막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가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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