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디어 업계도 긴장… “넷플릭스 독주 시 콘텐츠 종속 심화”[글로벌 포커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7일 01시 40분


‘WBD 인수전’ 선두로 등장한 넷플릭스
‘WBD 인수전’이 국내에 미칠 영향은…
CJ ENM-WBD 10월 파트너십 체결
‘IP 주권’에 악영향 줘 하청기업화↑… ‘넷플 대항’ 티빙-웨이브 합병 지연

넷플릭스의 워너브러더스 인수전을 주시하는 건 할리우드뿐만이 아니다. 국내 미디어 업계에도 긴장감이 돌긴 마찬가지.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현재 국내에서도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의 독점력이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K콘텐츠의 넷플릭스 종속’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콘텐츠 사업자인 CJ ENM은 올 10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K콘텐츠를 제작해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OTT인 HBO 맥스를 통해 공개하기로 했다. 티빙은 내년 초 HBO 맥스 내에 ‘티빙 브랜드관’을 개설해 콘텐츠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콘텐츠의 글로벌 공급망을 넷플릭스가 아닌 다른 OTT에서 확보하려고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넷플릭스가 이 파트너십까지 인수하는 셈이어서 파트너십의 의미가 반감될 수 있다.

국내 콘텐츠 제작 업계에선 이번 인수가 ‘지식재산권(IP) 주권’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해도 글로벌 OTT 기업이 이윤을 가져가는 현재의 구조적 문제가 더욱 고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IP 대부분을 자사가 보유하는 구조로 계약해 왔다. ‘킹덤’, ‘오징어 게임’ 등과 같은 글로벌 히트 IP 역시 넷플릭스가 소유하고 있다. 한 스튜디오 관계자는 “넷플릭스 천하에서 국내 제작사는 제작만 도맡고 부가수익은 얻지 못하는 ‘하청기업화’돼 가고 있다”며 “넷플릭스가 워너까지 인수하면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주도권에 더욱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얼마 전까진 OTT 사업자인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통해 넷플릭스의 독점을 견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기도 했다. 2023년 티빙과 웨이브는 “글로벌 OTT에 맞선다”며 합병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회사가 성공적으로 합병한다면, 넷플릭스에 이은 국내 시장 점유율 2위 OTT로 발돋움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2년이 지나며 이러한 기대감은 거의 사라졌다. 우선 합병 성사 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하다. 티빙의 2대 주주인 KT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가 “KT의 IPTV(인터넷TV) 서비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합병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웨이브가 2023년에 비해 경쟁력을 상당 부분 상실한 것도 문제다. 당시 웨이브는 지상 콘텐츠를 독점 공급해 토종 OTT로서 경쟁력이 있었지만, 지난해 SBS가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지상파 콘텐츠가 분산 공급됐다. 글로벌 OTT의 대항마로서의 합병 정체성이 희미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가 극장가에는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0년 한국 영화 제작·투자 철수를 결정한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의 공백을 넷플릭스가 메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노철환 인하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는 “넷플릭스가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워너브러더스의 이름으로 제작·투자에 나설 경우 침체된 극장용 영화가 만들어지며 산업에 긍정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도 “넷플릭스나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모두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아, 결과적으론 한국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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