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사장 “수신료 분리징수 철회하면 사퇴” 대통령실 “국민이 분리 원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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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징수비용 막대… 국민에 피해”
대통령실 “경영진 교체와는 무관”

기자회견장 향하는 김의철 KBS 사장 김의철 KBS 사장(가운데)이 수신료 분리 징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8일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로 들어가려 하자 보수 성향 노조인 KBS노동조합(1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1노조는 김 사장에게 “편파 방송과 무능 경영에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뉴시스
기자회견장 향하는 김의철 KBS 사장 김의철 KBS 사장(가운데)이 수신료 분리 징수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8일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로 들어가려 하자 보수 성향 노조인 KBS노동조합(1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1노조는 김 사장에게 “편파 방송과 무능 경영에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뉴시스
대통령실의 KBS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에 8일 김의철 KBS 사장(사진)이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며 반발했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 징수는 경영진 교체와 관계없다”고 반박했다.

김 사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을 즉각 철회해 달라”며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이 철회되는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면 막대한 징수 비용이 든다”며 “지난해 기준 6200억 원이었던 수신료 수입이 1000억 원으로 줄어 공적 책무를 이행할 수 없게 돼 국민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수신료 분리 징수는 수신료를 사실상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지 말고 ‘국민이 선택할 자유’를 누리게 하자는 게 핵심”이라며 “이를 ‘전 정권 인사 내보내기’로 몰아가는 건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장이 물러나면 (KBS의) 보도 공정성이 개선될진 모르겠지만 수신료 분리 징수는 국민이 원하는 일이기에 경영진 교체와 관계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KBS 내부에선 경영진과 이사진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1노조)은 이날 성명을 내고 “편파·왜곡 방송과 무능 경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최악의 적자를 낸 김 사장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무조건 사퇴하는 게 순리”라고 밝혔다. 여권 추천의 KBS 이사 4명은 “KBS 이사회는 수신료 분리 징수를 원하는 압도적인 여론에 대해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신료, 준조세처럼 징수 안돼” vs “논의과정서 KBS 배제 유감”


수신료 분리징수 충돌
대통령실 “방송탄압 프레임은 잘못”… 金 “성급하게 분리 추진 의도 궁금”
KBS1노조 “편파방송 사장 물러나야”
본부노조 “공영방송 말살” 의견 갈려

대통령실은 TV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하는 것이 “사실상 준조세처럼 강제로 걷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수신료가 시민과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묻지마 세금’이 됐다”며 “TV 시청을 하지 않는 국민도 많고, 휴대전화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콘텐츠를 보고 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왜 강제 징수로 사실상 ‘이중 과세’를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수신료 분리 징수 추진이 KBS 사장 퇴진 압박용이라고 시사한 김의철 KBS 사장의 이날 발언은 사안의 본질을 흐린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월 진행된 국민참여토론에서 국민 대다수는 KBS의 경영과 보도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며 “국민의 자유 확장에 대한 문제를 ‘전 정권 인사 내보내기’ 프레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다”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KBS가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무시하면서 방송 탄압 프레임으로 연결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KBS가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생각이 전혀 없고 오직 자신들의 기득권, 이권을 지키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5일 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과 통합 징수해 온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도록 법령을 개정하라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권고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KBS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는데, 수신료 강제 징수를 고수하는 건 회사 이권과 재정 상태 때문에 그러는 것이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KBS를 민노총 노영방송, 수신료 괴물로 만든 ‘파국 김의철 사장’은 조건을 달지 말고 당장 사퇴하라”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 사장은 이날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지닌 전문가들이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KBS가 수신료 분리 징수 권고 결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배제된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리 징수를 추진해야 할 만큼 중대하고 긴급한 사유나 실익이 있는가”라며 “성급하게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KBS의 근간을 와해시킬 수 있는 사항이 단지 인기투표 같은 추천 수와 댓글들을 근거로 결정된다는 것은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면담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웃기지도 않는 소리”라고 일축하며 “(수신료 분리 징수는) 타협이 불가능한 문제다. 국민적 요구가 있는데 이를 외면해서 되겠느냐”고 했다.

이날 김 사장의 기자회견에 KBS 양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도 성명전을 벌였다.

보수 성향의 KBS노동조합(1노조)은 성명을 내고 김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1노조는 “김 사장이 편파·왜곡방송과 무능경영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수신료 분리 징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도 “김 사장은 수신료 분리 징수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정치공방으로 몰고 있다”며 “조건 없이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반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노조)는 “대통령실은 국민 여론을 앞세워 공영방송을 말살하려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수신료 관련 논의를 국회와 함께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수신료 분리 징수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한전이 수신료 징수 명목으로 KBS로부터 받는 연간 수수료는 약 400억 원이다. 산업부는 “한전이 수신료 징수 수수료를 받지 못해도 적자가 더 커지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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