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사 英BBC-日NHK, 수신료 분리징수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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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유튜브에 TV 없는 집 늘어
BBC, 2028년 수신료 폐지 추진
KBS 직원 절반이상이 억대 연봉
1분기 425억 적자 “방만 경영” 지적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3.06.08. 뉴시스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3.06.08. 뉴시스
해외의 경우 공영방송사인 영국 BBC와 일본 NHK는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고 있다. 국민이 수신료 납부 여부를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BBC 수신료를 동결하고 2028년부터는 폐지 수순을 밟는다고 밝혔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 시청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수신료를 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넷플릭스 등 OTT와 유튜브 시청이 보편화된 데다 TV 자체가 없는 가구가 늘어난 상황에서 수신료를 일괄 징수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보급이 늘어나면서 KBS를 직접 수신해 보는 가구도 줄어들고 있다. 이에 전기요금과 함께 납부한 수신료를 환불해 달라고 요구하는 가구도 해마다 늘고 있다. 2021년에는 4만5266가구가 환불을 요구해 2017년(2만246가구)보다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KBS의 방만한 경영은 수신료 징수에 대해 국민이 거부감을 갖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KBS의 지난해 전체 비용 1조5423억 원 중 인건비는 4315억 원으로 전체의 약 28.0%를 차지했다. 유료방송사업자는 물론이고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직원 연봉도 높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실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KBS의 1억 원 이상 고액 연봉자 비율은 51.3%로 절반이 넘는다. 2020년에 비해 1억 원 이상 연봉자 비율은 약 5%포인트 늘었다.

반면 콘텐츠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KBS는 지난해 11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여권 추천의 권순범 KBS 이사는 “KBS의 적자는 올해 1분기에만 425억 원에 달한다”며 “양질의 콘텐츠 생산이 절실한데 KBS의 경쟁력은 계속 떨어져 지상파 광고점유율은 지난해 20%대로 역대 최저로 추락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회 과방위의 ‘2021년도 KBS 결산승인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KBS는 서울 여의도 KBS의 연구동 부지에 2800억 원 규모의 신사옥 건립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11월 이 사업을 취소하면서 설계감리비 56억3000만 원을 낭비했다. 보고서는 “KBS가 충분한 검토 없이 재원 조달 계획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방만 경영에도 불구하고 KBS가 유지되는 건 국민들로부터 걷는 수신료가 있는 덕이다. KBS 예산 중 약 40%를 수신료가 감당하고 있다. 액수도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EBS 몫(2.8%)과 한전 수수료(약 6.2%)를 포함한 수신료는 6934억 원으로 2018년(6595억 원)보다 약 5.1%포인트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인 가구 등의 증가로 가구 수가 늘어나 수신료를 더 많이 걷은 것이다.

광고 수입이 없는 BBC와 NHK와 달리 KBS는 광고 수입까지 올리고 있다. 2021년 7월부터는 중간광고까지 허용되면서 추가 수입을 올리고 있다.

그럼에도 KBS는 수신료 인상을 시도하고 있다. 2021년 KBS 이사회는 수신료를 월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KBS의 편파방송과 방만경영 개선이 먼저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유의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명예교수는 “수신료가 준조세처럼 징수되는 것은 국민 대부분이 수긍할 정도로 KBS가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가정하에 적용 가능한 논리”라며 “KBS는 우선 진영논리에 매몰된 보도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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